2016년 영화계 이변은 위안부 이야기를 그린 '귀향'이었다. 일제강점기 강제로 일본군 위안부로 내몰린 처참한 상황의 소녀들 이야기에 씻김굿이라는 소재를 버무려 영화화한 작품이었다.
얼굴과 몸, 마음 가득 박혀있는 소녀들의 상흔이 연속적으로 나열된 영화는 관객의 애국심과 연결됐다. 안타까움과 분노의 발현이기도 했다. 누적관객 350만여명을 기록, 속된 말로 흥행 배우 하나 없고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것도 아니었는데 이변을 일으켰다.
비슷한 시기 시대의 아픔을 대한민국의 유명 시인 윤동주와 그의 사촌 송몽규를 통해 그린 '동주'도 좋은 평가를 들었다. 상업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영화들도 관객들이 좋아한다는 걸 보여준 점이 스크린 독과점이 심각한 한국 영화계에 고무적이었다. '귀향'은 개봉 전 21개였던 스크린 수가 관객의 반응에 800개까지 늘었고, '동주'도 관객의 호평에 200~300개 스크린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올해의 화제작을 꼽으라고 하면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빼놓을 수 없다.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기이한 소문 속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곽도원이 경찰, 황정민이 무속인, 천우희가 이 사건의 목격자, 쿠니무라 준이 외지인으로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부성애를 바탕으로 경찰은 미지의 지옥 끝까지 달려갔다. 나약한 인간이라는 존재를 초현실적인 무엇과 함께 그려냈기에 생각할수록 어렵게 다가오기 충분한 영화였으나 나 감독은 철학적 접근법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처음과 끝이 특히 강렬했다.
한국에서 초현실적인 존재를 민간신앙과 엮어 풀어낸 영화가 처음은 아니었다. 좀비나 귀신, 유령, 영적인 존재 등 초현실 캐릭터들이 나온 영화가 꽤 있었으나 대부분이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곡성'은 한국영화의 외연 확장이라고 단언해도 될 만했다. 뚜껑을 열기 전 호불호가 강했으나 토론하는 영화로 관객의 관심을 높였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하고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했다.
'곡성'의 좀비는 '부산행'의 좀비로도 연결됐다. 미지의 존재에 익숙하게 된 관객은 '부산행'의 좀비를 반겼다. 한국에서 좀비라니 사실 유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도 있었으나 떼거리로 몰려 공격하는 좀비를 피해 부산행 열차에 탄 주인공들은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이 블록버스터 액션은 코믹 장르도 첨가해 한국 관객에게 재미를 전했다. 좀비 때려잡는 마동석의 열연 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좀비 블록버스터는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장르였다. 외국에서는 이미 유행했고 블록버스터로 여러 번 접근한 장르였으나, '부산행'은 '월드워Z'의 10분의
2016년 한국영화들의 다양한 시도와 도전은 관객을 즐겁게 했다. 한국영화들의 흥행은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한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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