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연기 욕심은 언제나 있다고 말하는 배우 문정희는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그는 더 큰 역할에 욕심낼 법 하지만 이번엔 조연을 자처해 영화를 통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최근 개봉한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초대형 재난 블록버스터이다. 문정희는 극중 재혁의 형수이자,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는 엄마 정혜 역을 맡았다.
그는 ‘연가시’ ‘숨바꼭질’ 등 극한의 상황 속에 놓인 캐릭터를 탁월하게 연기했던 경험을 살려 ‘판도라’에서도 풍부한 감정 연기를 보여주었다. 특히 ‘판도라’의 박정우 감독이 연출한 모든 작품에 출연한 바 있는 문정희는 이번 영화에서도 박정우 감독과의 완벽한 호흡을 드러냈다.
“‘연가시’를 찍으면서 ‘판도라’ 소재에 대해 들었다. 감독님이 책을 만들어서 보여주더라. 근데 좀 놀랐다. 제가 할 분량도 없었고, 사실 마음으로 선뜻 내키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보다보니 영화가 가지고 있는 주제가 의미 있고, 많은 분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내용이었다.“
문정희는 처음 제안엔 고민이 많았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이해하고선 적극적으로 박정우 감독을 돕기 시작했다. 실제로도 박 감독과 자주 보는 사이인 그는 소재의 중요성에 관해서도 공감했고, 함께 ‘판도라’를 완성해나가기 시작했다.
“‘판도라’ 개봉 전날 감독님이 ‘텅 빈 관객도 꽉 찬 관객도 함께 해주셔서 고맙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일단 감독님에게 의리를 넘어서서 우리집 오라버니 같은 마음이 있었다. 사실 감독님의 코드를 너무 좋아한다. 정치 풍자, 사회적인 이야기도 있고.(웃음) 하지만 ‘판도라’는 여러 가지로 도전이었다.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으니 고민할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소재에 대한 중요성을 공감했고,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다함께 그런 마음이었다. 김영애 선생님에게도 함께 하자고 졸랐다. 많은 배우들이 작고 보이지 않은 역할이더라도 힘을 주시겠다고 했다. 그런 분들의 힘이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아 만들어진 ‘판도라’는 꽤나 현실적이었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원전사고가 터진 이후 밀려오는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사고의 정황과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중심을 잡고 결단력 있게 행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들보다 더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정부와 방사능의 공포를 느끼며 혼란에 빠져가는 국민들, 그리고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발전소 직원들의 모습은 답답하고 분통스럽기까지 한다. 무능함을 제대로 보여주는 정부의 모습은 씁쓸함을 더한다.
“찍을 당시엔 현실적이진 않았다. 원전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드러난 것보단 감춰진 게 더 많이 때문에 잘 모른다. 그래서 더욱 극영화로 만들었는데 후반작업을 하던 중 사건이 터졌다. 그러면서 묘하게 맞물리게 된 것 같다. 어쩌면 ‘판도라’가 일찍 개봉했다면 이렇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었을 거다. 현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같이 가족과 같이 영화를 보면서 유익한 정보도 얻어갈 수 있게 된 것 같다.”
평소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은 문정희는 ‘판도라’를 통해선 원전의 시스템을 공부하게 됐다. “공기 오염이든, 전기 과다사용이든, 다 저로부터 시작된다”라고 소신 있게 말한 그는 작품의 가치에 더욱 집중한 모습이었다.
“‘판도라’ 촬영 전엔 원전에 대해 잘 몰랐다. 원전의 복잡한 시스템에 대해 알고 나니 기본적으로 원자력이 마냥 나쁜 거라고만은 할 수 없다. 다 장단점이 있는데, 그 장단점을 다함께 알고 나면 눈을 돌릴 수 있지 않나. 우리가 조금만 더 알아도 여러 가지 분별할 수 있을 텐데. 인식이 있는 사람들이 먼저 움직이는 게 맞는 것 같다. ‘판도라’도 그런 맥락에서 영향이 있었으면 좋겠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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