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교사' 맑은 악역 혜영 役
"오랜만에 새로운 캐릭터, 너무 좋았어요"
"인기 욕심? 연기 특출났으면 더 절 많이 찾았겠죠?"
"혜영이는 다른 꿍꿍이는 없어요. '이 사람에게 이런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걸 전혀 생각하지 않는 캐릭터죠. '이렇게 순수한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할 정도 아닌가요?"
배우 유인영은 영화 '여교사'에서 자기가 맡은 '맑은 악역' 혜영을 이처럼 대변했다.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여겨 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를 뺏으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 혜영은 순수한 듯 순수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유인영은 "재하는 혜영이가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인데 헤어졌다가 사회 초년생 교사로 부임해 하필 거기서 다시 만난 것"이라며 "혜영이는 충분히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안 좋은 행동을 하긴 했지만 그 상황에 충실했고, 다시 생활로 돌아왔다"고 몰입했다. 물론 캐릭터 대변은 이어갔지만 "솔직히 30대 사회생활하는 사람으로 혜영이를 바라보면 미워 보이긴 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온전히 미워할 수만은 없다. 유인영이 오랜만에 만난 영화이고, 그간 보였던 모습과는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맑은 악역이라는 설명처럼 초반 혜영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며 "유인영이라는 사람인 내가 친한 사람들 만났을 때의 모습이 있어 일종의 대리만족을 했다"고 좋아했다. "주로 이미지가 강하고 센 역할 제의만 많이 들어온다"는 그는 "귀엽고 순수한 느낌의 캐릭터는 내게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짚었다. 때문에 "초반 모습을 촬영할 때 더 즐겁게 연기했고 재미있었다"고 즐거워했다.
'여교사'는 파격적 소재에 유인영의 노출까지 있다. 하지만 유인영은 그리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100 정도 고민해야 한다고 치자면 10 정도였을 뿐"이라고 웃었다. "많이 망설이지는 않았어요. 고민하는 날도 짧았던 걸요. 여성 위주의 작품이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은데 그 작품 중 하나를 제가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죠. 예측하지 못한 결말도 좋았고요. 기존에 했던 캐릭터와는 느낌이 다른 것도 있었고, '거인'의 김태용 감독님을 향한 신뢰도 컸고요."
정사신도 있는데 생짜 신인인 상대 이원근과의 호흡이 걱정되지는 않았을까. 유인영은 "전혀요"라며 "감독님이 영화 촬영 전까지 원근이를 재하로 만들겠다고 하셨다. 열심히 하는 친구라서 금방 따라갈 것으로 생각했다. 오히려 내가 못해 피해가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정사신과 관련해 "감독님이 촬영 전부터 그 장면이 주목받지 않았으면 했는데 영화를 보신 분들이 그 신을 언급하지 않더라. 초점을 맞추지 않은 감독님 덕분에 편하게 촬영했고, 감독님 의도대로 나온 것 같다"고 짚었다.
아쉬운 건 다른 부분이다. 혜영과 재하의 과거 회상 장면이 삭제됐다. 속상하긴 했지만 굳이 혜영의 과거를 넣을 필요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깔끔하고 조금 더 정돈된 느낌"이란다.
극 중 대척점에 있는 김하늘과는 일부러 멀어지려고 하지도, 일부러 가까워지려고도 하지 않았다.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게 누가 봐도 좋았다. "첫 대본 리딩 때 김하늘 선배를 TV에서만 보다가 처음 보니 긴장되고 어색했어요. 사실 그간 남자배우들이 챙겨주는 걸 받기만 했는데 다른 상황이었죠. 리딩을 끝냈는데 그 상황이 현장까지 이어져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독도 좋을 것 같다고 해서 하늘 언니보다 하늘 선배님이 됐죠.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어색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선배가 이해해주고 받아주고 배려를 많이 해줬어요."
지금도 여전하지만 과거의 유인영은 소심하고 낯 가리며 내성적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사회생활을 하며 바뀐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그런 성격이 내재해 있다. 10년 정도 일했음에도 엄청난 인기스타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이유라고도 할 수 있다. 유인영은 "예전에 조금 더 빠르고 쉽게 인지도를 얻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소극적인 성격이 반영도 됐고 내가 부족한 것도 있었다"며 "연기적인 면에서 특출났으면 원하지 않았어도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았을 텐데 그렇진 않았다"고 기억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과거에는 긴장되고 무서웠어요. 드라마에서 보여준 이미지와 실제 나의 모습은 갭이 큰데 예능에서 보여줬을 때 거부감이 들어 나를 싫어하고 배신감을 느끼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했죠. 그래서 거절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 '여교사' 홍보를 위해 출연하면서 내 모습을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너무 놀랐고, 신기하고 감사했죠."
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한 그는 너무 내성적이니 어머니가 사람들 만나보라는 차원에서 모델학원을 보낸 게 시작이었다. 내성적인 성격과 다르게 그 현장에서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영화, 드라마로 넘어왔고 모나지 않게 활동했다. 그래도 적극적이지는 않았기에 많은 활동을 하진 못했다.
"예전에는 한 명이라도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어떤 자리에 가지도 못했어요. 요즘도 가서 그렇게 살갑게 얘기하지는 못하고 쭈뼛거리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같이 작품을 해주신 분 박성우 김상중 선배님들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며 자극도 주고 계세요. 성격은 이래도 옆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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