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버티고’ 사진=영화 ‘버티고’ 포스터 |
문화의 흐름이 빨라지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펼쳐진 세상,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를 고립한다. 삶에 지친 우리는 자신만의 동굴을 찾아가지만 그 과정 속 길을 잃는 순간 좌절하고 만다. 이러한 아이러니함은 영화 ‘버티고’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버티고’(감독 전계수)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 분)이 창 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영화다.
기술의 발달로 의학과 IT, 교통 등 사회 전반적으로 빠르게 발전되면서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더 육체적으로 편안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심적인 질도 높아졌을까.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만남이 이뤄지는 세상 속 우리는 많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간접적으로 접하는 경험도 다채로워졌으며, 이를 통해 우리의 시각은 보다 넓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얽히고설킨 이 무수한 관계를 견뎌내기엔 힘에 부친다.
극중 서영은 가족, 연인, 친구, 회사 동료 등과 소통을 하며 살아가지만 고립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누구에게도 온전히 기대지 못한 채 혼자 버티며 살아가는 모습은 애처롭게만 보인다. 회사에서도 언제든 내쳐질 수 있는 계약직 직원으로 살아가는 그의 삶은 지독히 가혹하다고 느껴진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감정이 차츰 쌓여가는 서영의 모습은 그야말로 ‘버티고(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절벽 끝에 몰린 서영은 여유를 잊고 살아가는 각박한 현대인의 삶을 투영한다.
영화 ‘버티고’는 어지러움, 현기증(vertigo)가 원제목이지만
MBN스타 대중문화부 신미래 기자 shinmirae9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