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전혀 다른 결의 웰메이드 범죄극 두 편을 연달아 만난다. 한국 대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먼저, 외국 대표 ‘젠틀맨’ 한 주 뒤 차례로 온다. 관객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선물이 될 듯한다.
사라진 애인 때문에 빚에 시달리며 한탕을 꿈꾸는 태영(정우성),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중만(배성우),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전도연), 벼랑 끝에 몰린 그들 앞에 거액의 돈 가방이 나타난다. 여기에 고리대금업자 박사장(정만식),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미란(신현빈), 불법체류자 진태(정가람), 가족의 생계가 먼저인 영선(진경), 기억을 잃은 순자(윤여정)까지. 돈 가방을 쫓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치 연극처럼 막을 나눠 총 6챕터로 구성됐다. 뒤바뀐 사건의 순서, 이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 시키는 친절한 가이드의 역할을 해주지만 이로 인해 ‘범죄극’으로서의 호흡은 다소 늘어지는 감도 있다. 그럼에도 화려한 미장센과 OST에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서사가 맞물려 후반부로 갈수록 빛을 발하고 무엇보다 전도연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영화를 단 번에 살려낸다.
극 중 돈을 위해서라면 인간성도 내던져버리는 문제적 인물 연희로 분한 그는 화려한 외면 속 거친 인간의 본능을 비롯해 달콤 살벌한 기교와 카리스마, 복잡 다채로운 내면을 날 것 그 자체로 연기한다. 특유의 러블리한 말투로 내뱉는 잔인한 말과 행동, 놀라운 위기 대처 능력과 매혹적인 여성미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영화는 그로 인해 더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넘실되며, 쫄깃해진다. 그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관람 이유는 충분하다.
영화는 유럽을 장악한 ‘마약왕’ 믹키 피어슨(매튜 맥커너히)이 자신의 마리화나 제국을 둘러싸고 벌이는 예측불허 게임을 그렸다.
화려한 외관은 대부분 실망을 안기기 마련이지만 ‘젠들맨’의 번뜩이는 알맹이는 반짝이는 외피에 버금간다. 절대강자 믹키 피어슨과 미국의 억만장자와의 빅딜에 무법자 드라이 아이(헨리 골딩), 돈 냄새를 맡은 사립탐정 플레처(휴 그랜트)가 예측 불허의 게임을 하는 동안, 무너진 정글의 질서를 바로 잡을 최종 승자를 맞추기 위한 관객들의 진실 게임도 쉴 새 없이 진행된다.
화끈한 오프닝과 무난한 전반부를 거쳐 후반부에 접어들면 제대로 빛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구체적이고 쉽게 잊혀지지 않는 정체성과 강렬한 개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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