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훈 인터뷰 사진=스토리제이 컴퍼니 |
박훈은 SBS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가 주는 의미를 극 중 맡은 백상호 캐릭터를 통해 고스란히 전했다. 그는 대사부터 행동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 만큼 ‘아무도 모른다’가 주는 묵직한 울림을 전한 것에 만족감도 드러냈다.
그만큼 박훈에게 지난 22일 종영한 ‘아무도 모른다’라는 드라마는 여러모로 많은 의미를 지닌 작품이 됐다.
“처음 악역을 하게 된 작품이 될 것 같다. 그렇게만 기억되어도 나한테는 큰 의미인 것 같다. 어느 날 누가 박훈이 악역이 처음 나온 게 ‘아무도 모른다’였나고 물어도 대단한 거다. 그렇게 기억해주시고, 그렇게 불러 주신다면 기쁠 것 같다.”
↑ ‘아무도 모른다’ 박훈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
악역을 처음 맡게 된 것임에도 그는 제 옷을 입은 것처럼 훨훨 날았다. 선함 속 숨은 악인지, 악 속에 숨어있는 선인지도 헷갈릴 만큼 입체적인 모습을 표현했고, 대사들 역시 하나하나 살아 숨 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수많은 대사 중 박훈은 유독 인상 깊었던 대사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백상호가 어린 백상호를 회상하며 ‘구원은 스스로 하는 거야. 저분께 하나만 구하면 돼. 그게 용서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자기 스스로 구원자가 돼, 신인 것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게 궤변이지 않냐. 그렇지만 이 대사는 백상호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것과 반대인 대사도 있다. 선우와 통화하는 장면에서 나왔다. 선우가 아이들을 데리고 협박하는 상호에게 ‘아이들에게 뭐하냐’ 물었을 때 자기 연민적인 대사가 있다. ‘나도 애였어’라는 대사다. 3인칭 밖에서 보니까 짠했다. ‘내가 애였을 때는 왜 장난쳤냐, 왜 나를 그렇게 놔뒀냐’라고 묻는데 우리 작품이 주는 주제와 같다고 느꼈다. 경계선에 선 아이들, 나쁜 어른과 좋은 어른의 이야기다. 그중에서 어른의 위치나 질문을 하는 얘기 같았다. 그런 대사를 통해서 과연 백상호의 어두웠던 어린 시절에 좋은 어른이 있었다면, 자기 연민적인 대사가 나올 수 있을까 싶다. 두 대사가 대비적이지만 백상호의 인물에 표현하는 데 있어 인상 깊었다.”
코믹한 모습도 보여줬지만, 악역의 이미지가 인상 깊다. 그렇지만 메이킹 필름에서는 배우 류덕환에게 손가락 하트를 날리기도, 아역배우 안지호에게 상황극을 보여주며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명확한 주제의식이 있어서다. 메이킹 필름에서도 그랬지만, 이 작품이 주는 의미와 ‘나는 어떤 어른인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었다. 우리 작품은 성인연기자와 청소년 연기자가 많이 나왔다. 드라마 현장에서 청소년 연기자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냐는 고민이 많았다. 일찍 가서 편하고 즐겁게 장난치듯 촬영하려고 애썼다. 이 친구들이 연기적 부담을 갖지 않고, 자연스레 연기를 했으면 했다. 그게 이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했을 뿐인데 그게 메이킹 필름에 담긴 것 같다. 결과물로 봤을 때 청소년 연기자들이 자신의 그 이상을 해줘서 감사하고, 작품의 퀄리티를 높여줬다. 류덕환, 김서형과 즐겁게 촬영하려고 노력했다.”
↑ ‘아무도 모른다’ 박훈 백상호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
앞서 박훈은 백상호 역으로 본격적인 악역을 선보이기 전 지난해 1월 종영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차형석 역을 맡아 악의 미묘한 경계에 선 역할도 선보였다.
“사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차형석 캐릭터는 악역이라고 생각을 안 했다. 그때는 배우 김의성이 악역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현빈의 죄의식 표출이라고 봤다. 그래서 백상호가 내 마음속 첫 악역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악역으로 생각했다면, 이 작품을 택하지 않았을 거다. 선한 것, 베일에 쌓인 인물 등 다양한 역할을 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배우로서 책임이고 의무다. 자기 자신과 계속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차형석 캐릭터를 통해 넘어서야 하는 하나의 한계가 생긴 거다. 차형석과 달리 백상호 역할로는 대사를 많이 했다. ‘박훈이 대사를 많이 해도 연기가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자신의 한계를 부순 거고 넘어선 거다. 다음에는 다른 선택을 해서 나의 그런 가능성에 대해 도전할 거다. 늘 그래왔고, 그 과정에 ‘아무도 모른다’가 있을 뿐이다.”
묵직한 교훈을 남긴 ‘아무도 모른다’의 종영과 함께 박훈은 작품을 무사히 끝낸 만족스러운 소감도 전했다.
“이 작품의 주제를 명확히 담은 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 극 중 차영진과 백상호를 통해 전달된 이야기들이 충분히 작품이 주려는 주제의식을 담았다고 본다. 우리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에 귀결된 것 같다. 선과 악이 이기고
MBN스타 대중문화부 이남경 기자 mkculture@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