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의 신작으로 방송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더 킹’이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다. 첫 방송에서 11.4%(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던 시청률은 지난 15일 방송된 9회가 6.3%까지 떨어지며 반토막이 났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극본 김은숙, 연출 백상훈 정지현, 이하 ‘더 킹’)은 악마에 맞서 차원의 문(門)을 닫으려는 이과(理科)형 대한제국 황제 이곤과 누군가의 삶·사람·사랑을 지키려는 문과(文科)형 대한민국 형사 정태을의 공조를 통해 차원이 다른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히트작 메이커’ 김은숙 작가와 ‘로코킹’ 이민호, ‘로코퀸’ 김고은의 만남으로 2020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불렸지만, 방송이 시작된 후에는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방송 내내 시청자들을 가장 황당하게 한 것은 과도한 PPL(간접광고)이었다. 3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충당하려면 일정 부분 PPL은 어쩔 수 없지만, 문제는 그 방식이 너무나 1차원적이라는 점이다. 2017년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에서 “난 시크한 블랙, 마음에 들어. 넌 시퍼런 블루, 마음에 들어?”라는 대사로 PPL을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던 김은숙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다.
‘더 킹’에서 이민호(이곤 역)가 커피를 손에 쥐고 “황실 커피랑 맛이 똑같은 것 같아. 첫 맛은 풍부하고 끝 맛은 깔끔해”라고 말하는 신이나, 김고은(정태을 역)이 입술과 볼에 멀티밤을 바르며 “애들 앞에서는 멀티밤도 못 바른다더니...너 가져, 이거 하나면 다 돼”라고 말하는 장면은 마치 홈쇼핑을 보는 듯한 부자연스러운 PPL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외에도 ‘더 킹’에는 홍삼, 치킨, 배달 어플리케이션, LED 마스크, 김치 등 각양각색 PPL이 한 회에 등장한다. PPL이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면 하나의 재미 요소로 화제를 모을 수도 있지만, ‘더 킹’의 경우에는 광고성 성격이 너무 짙은 탓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이게 드라마냐, 홈쇼핑이냐”라는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에 ‘더 킹’ 측은 타이틀 영상을 교체하고, “우리나라 군함을 일본 군함으로 오인하게 하려는 어떠한 의도도 없었다”라며 연이어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불거진 ‘왜색 논란’에 작품 자체에 불신을 갖게된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외에도 이민호는 지난 2013년 종영한 ‘상속자들’ 당시를 떠오르게 하는 연기톤으로 신선함을 주지 못했고, 대한제국 여성 총리로 등장하는 정은채(구서령 역)가 화려하고
이제 막 반환점을 돈 ‘더 킹’. 이민호와 김고은의 로맨스가 무르익고 이민호가 이정진(이림 역)에게 선전포고를 날리며 복수혈전을 예고한 가운데, ‘더 킹’이 시청자들의 냉담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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