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수는 개인사로 힘을 때 만난 영화 `내가 죽던 날`에 강한 애정을 보였다. 제공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
‘톱스타’라는 수식어로는 충분한 설명이 안 되는, 완벽한 외모보다 빛나는 내면을 가진, 믿음 그 이상의 것을 선사하는 배우 김혜수(50)가 돌아왔다.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을 통해서다.
“은퇴를 생각했던 때도 있었어요. 아니, 항상 그래요.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들어요.”
그는 이 같은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진솔하게 운을 뗐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시그널’에 이어 다시 한 번 형사 역할에 도전한 김혜수는 “‘내가 죽던 날’이라는 제목이 운명처럼 다가왔다. 시나리오를 한장 한장 읽으면서 주인공과 내가 놓인 상황은 다르지만 연결돼 있는 느낌이었다”며 “개인적으로 고통스럽던 시기였다. 그래서 더 빠져들었다”고 회상했다.
↑ 기존 작품과 달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투영했다는 김혜수. 제공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
김혜수는 ‘배우’를 “피폐해지는 직업”이라고 표현하며 “가진 것에 비해 잘 해왔다, 과도한 사랑을 받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과연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늘 부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저는 스스로를 좋아하지만 연기할 때는 아니에요. 한계를 직면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기 때문이죠.”
스스로 “항상 20% 부족하다”는 그는 “어릴 때 데뷔해 어른들을 향한 동경의 시선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어른들을 흉내 냈다. 그러나 가짜는 금방 들통 나기 마련이고 난 배우로서 활용할 수 있는 소스가 단순하고, 갖춰져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수시로 매너리즘에 빠지곤 했는데 언젠가 영화 ‘밀양’을 보고 출연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그만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정말 잘 하더라고요. 그러다 ‘국가 부도의 날’을 만나 하나만 더 하자 했고, 또 이번 영화를 만났죠.(웃음)”
그러면서 “연기를 잘하고 못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엔 캐릭터를 매개로 카메라 앞에서 어느 정도로 솔직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이번 캐릭터는 그런 점에 있어서는 군더더기 없이 정직하게 드러나 있는 것 같다. 실제 나의 상태와 정말 비슷했으니까”라고 했다.
↑ 김혜수는 모친의 빚투 논란 당시 심경을 들려주며 덤덤히 인생관을 얘기했다. 제공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
그녀가 언급한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지난해 불거진 모친의 채무 논란. 그녀의 모친은 2011년부터 지인들로부터 약 13억 원의 돈을 빌렸지만 갚지 않았고, 딸인 김혜수는 막대한 빚을 변제하기 위해 애썼다. 이 과정에서 모친과 인연도 끊게 됐다고 고백한 바 있다.
김혜수는 “보통 배우의 사적인 경험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지만 이 작품은 모든 인물들의 시작이 상처와 고통의 정점이다. 그 캐릭터를 마주해야 하는 제 스스로 진짜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내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예전부터 ‘캐릭터보다 김혜수가 보인다’는 게 가장 큰 숙제였는데, 그래서 개인이 드러나는 것들은 무의식적으로라도 배제하려 했지만 이번엔 자유로웠어요. 제가 직접 쓴 대사를 제안하기도 하고 실제 경험들이 상당 부분 투영됐죠.”
그러면서 “극 중 ‘내 인생이 멀쩡한 줄 알다가 개박살 났다. 나는 진짜 몰랐다’는 현수의 대사가 있다. 실제로 당시의 내가 그랬다. 일도 하고 싶지 않았고 원망스럽고도 죄스러웠다. 연예인이 돼 한 가정을 파탄 낸 기분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게도 친구가 있었고
“우리 영화가 관객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고통 그리고 상처에 대한 위안을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서 얻을 수 있잖아요? ‘순천댁’(이정은 분)의 대사가 영화의 주제를 말해주죠. 인생은 길고, 그래서 (어떤 절망 속에서도) 반드시 구해내야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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