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가 얼마나 좋은 건데...‘미나리’는 잡초처럼 아무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하든. 김치에 넣어 먹고 찌개에 넣어 먹고 국에도...아플 때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
고달프다. 엄습해오던 불안감이 비로써 현실이 돼 무너져 내린 순간, 더 단단하게 뿌리 내린 희망을 보게 된다.
여리여리한듯 강인하고, 숨겨둔 칼날이지만 더 날카롭고, 어디에서나 똑 부러지고 스마트하게 악착 같이 살아남는 한국인. 세계 곳곳에서 치열하게 견뎌내 결국엔 더 깊이 뿌리내린 이민자들의 삶을 담은,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다.
낯선 미국. 이칸소로 떠나온 한 한국 가족. 가족들이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은 자신의 오랜 꿈인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고, 엄마 ‘모니카’(한예리) 역시 일자리를 찾는다.
담백하게 그려진 이들의 희로애락은, 아니 주로 로(분노)와 애(슬픔)로 관철된 가족의 이야기는 서글프고도 버겁다. 보는 내내 한 켠이 아리고 또 불안하다. 그 시절 모든 걸 바쳐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산 부모님의 이야기이자, 이민자로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 나아가 시련과 극복을 반복하며 살아내는 우리를 떠올리게 한다.
해체 위기에 놓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 힘든 현재를 견디며 살아낸 자들에게 주어진 미래의 희망, 그런 시간을 버텨준 모든 부모를 향한 러브레터다. 그래서 영화는 특별한 미화도, 대박도, 판타지도 없지만 아름답고 보편적이며 강렬하다.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아역들까지 꾸밈없는 그러나 진정성 있는 연기 하모니로 환상적인 앙상블을 완성했다. 지치고 치이며 모든 걸 내려놓는 순간, 포기하려는 순간, 가장 소중한 걸 찾아내고야 마는 본능의 결정적인 순간을 기가 막히게 잡아낸다. 단 한 장면의 환희 없이도 먹먹한 여운과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상영관을 나서며 20년 후, 철없던 데이비드가 건강하게 장성해 자수성가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상상을 해본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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