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매너와 세련된 맵시를 갖춘 백화점 의류 판매원 이 모 씨(27)는 몇 년 전부터 이유 없이 몸이 아파 소화기 내과, 류머티즘 내과를 다니다 최근 ‘가면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본래 밝은 성격의 이 모 씨는 수년전부터 힘이 쭉 빠지고, 명치가 꽉 막힌 듯 답답하며, 어깨와 등이 아파와 치료와 진단을 받았지만 증상에 별다른 호전이 없었다.
직업 상 자기감정을 감추고 고객들의 기분에 맞추기 위해 늘 웃는 낯으로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자기의 감정을 숨기는 게 자연스러워 졌지만 몸은 아파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쉽게 체하고 속이 더부룩해지면서 내시경 검사를 받아도 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고, 신경이 예민해 탈이 난 것 같다는 말만 들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 신경이 예민해서 그런 것 같다며 심리 상담을 받아 보는 게 좋겠다고 조언을 받았다.
감정노동자들이 많이 앓는 ‘가면 우울증’은 우울한 감정보다는 신체적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신체적 증상에 가려 질환을 발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질환 발견이 치료의 반이라고 볼 수 있다.
‘가면우울증’은 겉으로는 웃는데 속은 타들어가는 상태여서 ‘스마일우울증’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는 동양 문화권에서 많이 나타난다.
사회가 발달해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직업상 본래 감정을 숨기고 포장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면 우울증의 발병률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다수 서비스업 종사자는 늘 감정을 포장하는데 익숙해져 있어 자기의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우울한데 감정 숨기는데 버릇이 돼 그저 덤덤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따라서 신체적인 증상에 촉각을 곤두세워 몸이 아픈 것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근본 원인인 우울증 치료는 이뤄지지 않아 상태는 악화되고 건강에 대한 걱정은 깊어져 우울증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한상우 순천향대서울병원 교수(정신과)는 “가면우울증은 신체적 증상이 감정 상태를 가려버림으로써 우울증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문제”라며 “가면우울증은 진단이 어려운 만큼 진단만 이뤄진다면 치료의 거의 반은 이뤄진 셈”이라고 말했다.
가면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감정은 그
땀을 흘릴 정도의 적당한 운동을 하거나 식후 가볍게 산책을 하는 것도 좋다. 직장 동료나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석영 매경헬스 [hansy@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