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100냥이면 눈이 90냥’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눈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불의의 사고나 자신의 잘못이 아닌 유전질환으로 눈의 시력을 잃게 된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의지와 상관없이 대물려 주게 된 부모의 고통도 따르기 마련이다.
최근 SBS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에서도 남자 주인공(김명민)이 모계유전으로 인해 실명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 방송된 바 있다. 부모나 가족이 겪었던 실명의 고통을 막기 위해서는 눈 조기검진이 필수다. 실명과 관련된 눈 질환을 알아보고 내 눈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을 찾아본다.
◆ 아벨리노 각막이상증(Avellino Corneal Dystrophy)
아벨리노 각막이상증(Avellino Corneal Dystrophy)은 우리나라 인구 870명당 한명 꼴로 나타나는 유전질환이다. 눈동자의 각막 표면에 염증 없이 흰 점이 생기면서 시력이 점차 저하되고, 결국 실명에 이르게 된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아벨리노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자식에게 우성 유전된다. 개인차가 있으나 보통 12세부터 흰 점이 생기고, 나이가 들수록 흰 점의 숫자와 크기가 늘어나면서 시력감퇴와 눈부심, 명도대비 감소로 인해 어둡게 보임 등의 증상이 심해져 60, 70대에는 시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현재까지 완치법이 없으므로 어릴 때 검사를 통해 스스로 눈을 보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배계종 부평성모안과 원장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각막에 손상이 가해질 경우 눈에 생긴 흰 점이 더욱 빨리 퍼지므로 각막을 깎는 라식은 피해야 한다”며 “육안으로 흰 점이 희미하게 보이고 갑자기 시력이 떨어진다면 안과를 찾아 AGDSTM(아벨리노 각막이상증 검사)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 원장은 또 “정확한 결과를 위해 안과에서 면봉으로 구강 세포를 채취하는 AGDSTM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약 2시간 후 간단하게 질환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레버 시신경위축증(Leber Hereditary Optic Neuropathy : LHON)
레버 시신경위축증은 특징적인 시신경의 손상으로 통증없이 시력이 악화되어 시력을 잃는 희귀병이다. 주로 젊은 남성에게 나타나며 어머니를 통한 모계유전 또는 우발적으로 발생한다. 약 50%에서는 한쪽 눈의 시력 상실 후 서서히 반대편 시력도 상실하게 된다.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눈앞이 흐릿하고 뿌옇게 변하는 현상이다. 이 증상이 시작되면 단 시간안에 시력을 잃게 된다. 질환의 정확한 발생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상적인 세포의 분열과 세포의 성장과정에 결함이 있는 사립체 유전자가 관여돼 시신경 세포 에너지 생산과정에 문제가 발생해 세포가 파괴된다고 알려져 있다.
특별한 전조증상이 없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는 경우 자주 안과에 가서 임상검사와 유전학적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며, 담배와 음주를 하는 환자에서 발현될 확률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타민 B12와 비타민A, C, E가 많이 함유된 식이요법 등이 처음 몇 개월은 도움이 되지만, 비타민 B12의 경우 LHON의 증상을 더 악화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 망막색소변성증(Retinitis pigmentosa : RP)
우리나라 인구 4천~5천 명 당 한명 꼴로 나타나는 망막색소변성증(Retinitis pigmentosa : RP)은 망막을 구성하는 시세포층 중 빛을 감지하는 세포들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 시력을 잃게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 질환이다.
증상은 야맹증, 시야협착, 눈부심 현상, 시력 장애가 있다. 망막색소변성증이 있을 때는 시세포에 이상이 생겨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갈 때 적응하지 못한다.
증상의 발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며, 어린나이에 실명할 수도 있고 노인이 되어서도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법적 실명으로 판정 받아도 사물의 형태나 빛의 밝기는 구분할 수도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백내장이 함께 나타나거나 망막부종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전신적으로 청각장애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배계종 원장은 “망막색소변성증은 현재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으나, 유전자 치료, 망막이식, 인공망막 등이 계속 연구되고 있다”며,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질환인 만큼 환자들이 현실에 맞추어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가족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코우츠병 (Coats’ disease)
이름부터 생소한 코우츠병은 망막모세혈관의 확장 및 혈관류를 발생시켜 망막내부 및 망막아래 공간에 삼출물을 축적시켜 삼출망막박리를 일으키는 망막혈관질환이다. 20대 이전 남성의 한쪽 눈에 주로 나타나며, 백색동공, 사시, 시력저하 등이 특징이다.
심한 경우 신생혈관녹내장, 백내장, 포도막염, 망막 및 유리체 출혈, 망막 및 맥락막 신생혈관, 증시유리체망막병증, 안구위축으로 진행하여 실명에 이르는 수도 있다.
8~13세 경 초등학생의 경우 안경교정 시력이 정상 이하인 경우 꼭 안과에서 망막 검사를 해 질환의 유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끔 병소가 국소적이거나 황반부를 침범하지 않은 경우 치료없이 경과관찰을 하기도 하므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레이저치료, 냉동응고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삼출망막박리가 심한 경우는 수술로 망막을 유착시킨다.
◆ 녹내장 (Glaucoma)
녹내장 환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2%정도다. 실명이 되는 질환 중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녹내장은 안압의 상승으로 인해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공급에 장애가 생겨 시신경의 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시신경은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여 보게 하는 신경이므로 여기에 장애가 생기면 시야 결손이 나타나고 말기에는 시력을 상실하게 된다.
가족 중 한명이라도 녹내장이 발견되면 가족 전체가 꼭 녹내장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가족력의 경우 부모가 녹내장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녹내장 발병확률이 2~3배, 형제가 녹내장이면 5~7배
배계종 원장은 “눈의 유전질환은 태어나자마자 조기 검사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어릴 때 무심코 지나쳤다가 성장하면서 발현되면 치료시기를 놓쳐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족력이 있거나 눈 유전질환으로 의심할만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통해 진단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예림 매경헬스 [yerim@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