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고혈압이 있던 50대 남성이 회사 앞의 눈을 쓸다가 갑자기 쓰러져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응급실로 내원했다. 검사결과 뇌출혈로 확인돼 치료를 받던 중 4일째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 발생해 인공호흡기 치료를 하게 됐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은 원인에 따라 예후가 다르지만 사망률이 22~41%에 이르는 중증질환이다. 체내에 충분한 산소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그대로 두면 환자는 저산소증으로 장기손상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동탄성심병원 호흡기센터(센터장 현인규)팀은 이 환자에게 ‘체외막산소화장치(ECMO)’를 시행했다. ECMO 치료 2시간 후부터 환자의 산소수치와 혈압은 안정되기 시작했고, 급성호흡곤란증후군도 호전돼 6일째는 ECMO를 제거할 수 있었다. 2주째부터는 인공호흡기도 제거하고 가족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김철홍 한림대학동탄성심병원 교수(호흡기센터)는 “에크모를 활용하게 되면서 기존의 치료 방법으로는 99% 사망할 수밖에 없는 심장마비, 급성호흡기능부전 환자 중 20~40%는 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ECMO, 망가진 심폐기능 대처
폐기능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호흡이 멈춘 환자들도 일명 ‘에크모(ECMO)’라고 불리는 ‘체외막산소화장치)’를 통해 소생이 가능하다.
이 장치는 급성심부전이나 급성호흡부전으로 심폐기능이 어려워져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들에게 말 그대로 심장과 폐 기능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공 심장’ 혹은 ‘인공 폐’라고도 불린다.
장치를 사용하기 위해선 동맥·정맥 혹은 정맥·정맥에 도관을 삽입해 에크모 장치에 연결한다. 혈액을 외부로 빼내 순환시키면서 에크모 장치를 통해 이산화탄소는 배출시키고, 산소는 공급해 전체 장기 및 조직에 혈액산소가 원활하게 도달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혈액을 밀어내는 박동 역할을 하는 심장근육을 대신해 펌프기능도 해 준다. 이를 통해 낮아진 산소포화도가 높아지고, 기능이 저하된 심장근육이 제 역할을 할 때까지 순환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급성호흡부전이나 급성심부전, 심장정지 등으로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들은 심폐소생술과 동시에 에크모 장치를 활용해 떨어진 심폐기능을 대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기능을 유지시키면서 환자 상태에 따라 관상동맥혈관을 넓힌다든지, 또는 패혈증, 폐렴에 대해서는 항생제를 사용하는 등 심장마비나 급성호흡기능부전을 일으킨 원인질환에 대해 치료를 하게 된다.
동탄성심병원은 ECMO 전담팀을 꾸릴 예정으로 이 팀에는 심장내과,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응급의학과, 마취과 등 관련과 전문 의료진들이 응급상황 시 곧바로 참여하
김 교수는 “지역병원이나 응급구조대와의 협력체계가 잘 구축돼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에 에크모 전담팀이 대기하고 있으면 보다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며 “ECMO 전담팀을 운영하게 되면 심장정지나 급성호흡부전 등 긴박한 상황에 빠진 환자 10명 중 3명을 생존시키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석영 매경헬스 [hansy@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