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결국 총선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어제 기자회견에 앞서 국회로 찾아온 지역주민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입니다.
고향을 발길을 돌리는 지역주민과 작별인사를 하면서 또 한 번 눈물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회견 도중에도 감정이 북받쳐 목이 메기도 했습니다.
기자회견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 "제가 지역구민의 뜻을 따라서 더 큰 정치의
몸을 던지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앞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시간 동안 세 번의 눈물을 흘린 박근혜 비대위원장.
이를 바라본 친이계, 친박계 의원들 마음은 어땠을까요?
사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총선 불출마를 할 것이라는 것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위기에 직면한 당을 위해서는 지역구에 얽매일 게 아니라 전국을 돌며 총선을 지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역전당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양자대결에서 문 이사장이 44.9%대 44.4%로 처음 박 비대위원장을 앞섰습니다.
안철수 원장과는 51.5% 대 40%로 그 격차가 더 컸습니다.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지역구 선거에연연해 할 처지가 아닌 셈입니다.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대선으로 가야 하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으로서는 지역구 불출마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총선 승리의 핵심은 바로 인적 쇄신, 공천 혁명입니다.
그러나 친이계는 물론 친박계 중진들도 승리를 위해 자신이 희생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8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초선이 3명입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8년 전 한나라당이 차떼기 당으로 낙인찍혀 큰 위기에 직면했을 때 많은 의원이 자발적으로 용퇴한 것과는 너무 다르다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천 혁명은 고사하고 공천 반발만 더 커질 게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지역구 불출마로 상황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눈물을 본 친이계와 친박계 중진의원들은 깊은 고심에 빠졌을 게 분명합니다.
지역구에서 또 여의도에서 '박근혜도 안 나오는데 당신은 왜 나오느냐'는 말이 나올 텐데 이를 버틸 수 있을까요?
MB정부 실세 용퇴론을 주장했던 이상돈 비대위원은 오늘 이재오, 홍준표,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총선 불출마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이 구체제를 상징한 분들인데 총선에 나가면 국민이 볼 때 이게 과연 바뀐 정당이냐는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이유에 섭니다.
친이계는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는 곧 기자회견을 하고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의 지역구에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총선 불출마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측근은 설명했습니다.
당이 전략적으로 배치할 곳이 있다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습니다.
그러나 어쩐지 홍 전 대표가 과거 자신감을 많이 잃어버렸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수도권의 친이계 의원은 친이를 무조건 배제하겠다는 것이냐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출마를 선언한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특보는 어제 MBN 뉴스 M과 인터뷰에서 친이계 공천 배제는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 인터뷰 : 박형준 / 청와대 전 정무특보
- "공천을 누가 주는 게 아니고요. 이번 공천은 철저히 국민이 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 입각해야 하고요. 공천심사위원회가 심사 위원들의 재량에 의해서 모든 지역의 공천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과거방식으로는 감동을 주기 어렵고요."
정몽준 전 대표 역시 현재 공천심사 구조가 지난 2008년
공천심사 마감일은 모레까지입니다.
친이계 중진은 물론 대구 영남권의 친박계 중진들은 불출마 의사가 없다며 대부분 공천 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근혜의 눈물은 친이계와 친박계 중진 의원들에게 감동, 아니 압박을 주지 못한 것일까요?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