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신청이 어제 끝났습니다.
애초 인물난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972명이 몰리면서 3.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비록 지난 18대 경쟁률 4.8대1보다는 낮지만, 민주당의 공천 경쟁률 2.9대1보다는 높은 수치입니다.
안도의 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닙니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공천신청자 수가 143명이나 눈에 띄게 줄었고, 대전과 충청 등 약세 지역에서도 신청자가 급감했습니다.
반면 텃밭인 영남은 신청자가 늘었습니다.
승부처인 서울과 수도권을 포기하겠다는 뜻일까요?
당의 바람과 달리 MB 정부 실세들의 용퇴도,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도 없었습니다.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의원은 서울 은평을에서 홀로 신청했고, 안상수, 정몽준 의원 역시 공천을 신청했습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나경원 전 의원도 '지난 선거에서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며 '더 귀담아듣고 작은 소리까지 더 헤아리겠다. 허락해주시면 새롭게 시작하겠다'며 공천을 신청했습니다.
이상돈 비대위원이 이들 모두에게 선거에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말이죠.
이상돈 비대위원이 지난 9일 뉴스 M과 가진 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이상돈 / 새누리당 비대위원
- "한나라당이 사실상 지휘부가 붕괴하고 새로 태어난 새누리당이 정강 정책을 대대적으로 쇄신했는데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납득하게 설명할 방법이 저는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명박의 사람들로 불리는 이동관 전 언론특보와 박형준 전 정무수석, 김희정 전 청와대 대변인, 박선규 전 문광부 2차관도 공천 신청을 했습니다.
박종근, 이경재, 김무성, 정의화, 허태열 의원을 비롯해 대구 영남의 친박계 중진 의원들 역시 대거 공천신청을 했습니다.
중진 의원 39명 가운데 공천을 신청한 30명의 면면을 보면 3선이 19명으로 가장 많고, 4선이 10명, 6선이 한 명이었습니다.
현재 비리나 법 위반으로 재판 중이거나 재판이 종결된 의원 가운데 11명도 전원 공천을 신청했습니다.
당에 공천을 일임하겠다는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에 이어 친박계 좌장인 홍사덕, 송영선 의원이 공천권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와 송영선 의원의 말 차례로 들어보시죠
▶ 인터뷰 : 홍준표 / 새누리당 전 대표
- "저 자신의 총선 불출마를 포함한 모든 거취 결정을 당에 일임하겠습니다"
▶ 인터뷰 : 송영선 / 새누리당 의원
- "공천학살로 탈당해 악전고투 끝에 친박연대 비례대표로 당선된 저를 한나라당 비례대표와 동일시해 강세지역 배제 원칙을 대등하게 적용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도의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홍준표 전 대표와 홍사덕 의원은 용퇴론에 대해 당의 결단을 촉구하는 압박용이고, 송영선 의원은 강세지역에 비례대표를 지낸 의원은 배제하겠다는 공천기준에 대한 반발입니다.
깨끗하게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당당하게 나서겠다는 것도 아니고, 애매모호한 태도로 당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이들의 전략이 과연 먹혀들까요?
친이계와 중진들, 그리고 꼼수를 부리는 의원들의 바람과 달리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태도는 강경하기만 합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오늘 새 세상을 만들 사람을 제대로 공천한다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며 공천 물갈이를 다시 강조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 "결국, 어떤 사람들이 그 일을 해낼 것인가, 사람을 통해 보여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갖고 싸울 사람이냐, 새 세상을 만들 사람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박 위원장의 말을 그
새누리당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친이계와 이명박의 사람들은 공천에서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4년 전 친노계의 몰락과 같은 길을 걸을까요?
정치란 과거의 어제가 현재의 오늘이 되는 수레바퀴와 같은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