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도 총리실에서 정치인에 대해 불법 사찰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통합당은 전형적인 물타기라며 증거를 대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요?
조선일보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빌려 노무현 정부 시절 지금의 공직윤리지원관실 전신인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에서 정치인과 언론인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벌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문건 일부를 확보했는데, 그 자료에는 옛 한나라당 윤모 의원, 전모 의원, 김모 의원과 민주당 김모 의원 등 여야 정치인에 대한 조사 결과와 금전 거래 내역이 담긴 통장 사본도 다수 첨부돼 있었다고 합니다.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은 사정기관이 아닌 만큼 계좌추적권이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금전 거래 내역이 담긴 통장 사본이 있다는 것은 조사심의관실이 불법 계좌추적을 벌였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그 증거 자료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관련 문서와 계좌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그 자료만 공개한다면 노무현 정부도 불법 사찰을 벌였다는 주장을 놓고 갑론을박할 이유가 없는데 말입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이 2003년 김영환 민주당 의원도 참여정부에서 사찰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최 수석은 민주통합당이 공개한 2,600여 문건 가운데 80%인 2,200여 문건은 참여정부에서 작성된 것이고, 여기에는 민간인 다수와 정치인 사찰 문건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먼저 지난 1일 최금락 수석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최금락 / 청와대 홍보수석(4월1일)
-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은 2003년에 김영환 (민주당)의원, 인천시 윤덕선 농구협회장, 허성식 민주당 인권위원장, 2007년에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연합회 김의협 회장 등 다수의 민간인 여야 국회의원들을 사찰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민주통합당의 말은 다릅니다.
참여정부에서 작성한 2,200여 문건 가운데 김영환 의원과 허성식 민주당 인권위원장에 대한 사찰 문건은 없다는 겁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백원우 민주통합당 의원이 어제 MBN 뉴스 M과 가진 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백원우 / 민주통합당 의원(어제)
- "그 공개된 문건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청와대가 또 다른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뜻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이번에 공개된 2600건 안에는 김영환 의원의 문건은 없습니다. 그것은 또 다른 사찰 문건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백 의원의 주장이 맞았다면, 최금락 수석은 이번에 공개된 2,600여 문건과는 또 다른 사찰 문건을 봤고, 그 내용을 혼동해 잘못 말했다는 뜻일까요?
앞서 청와대가 확보했다는 참여정부 조사심의관실의 사찰 문건이 바로 이 문건인지, 아니면 최 수석 말대로 2,200여 문건 가운데 하나인지 불분명합니다.
이 역시 문건을 공개하면 쉽게 의혹이 풀릴 듯싶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노무현 정부의 사찰 문건을 추가로 공개할 계획은 없는 듯 보입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정하 / 청와대 대변인
- "어제도 말씀드린 것처럼 지나치게 엄청나게,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잘못된 건에 대해 바로잡으려고 말씀드렸지 저희가 앞서서 그렇게 할 계획은 전혀 없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이 방송 연예인을 사찰했다는 주장도 서로 엇갈립니다.
일부 언론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김제동 씨 등 이른바 좌파 연예인의 뒷조사를 경찰에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제동 씨는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기념식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이 찾아와 행사 사회를 보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연예인 사찰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용진 / 민주통합당 대변인(어제)
- "노무현 정권 당시 정치적 비판자인 이명박, 이회창 후보 중에 선거운동을 도와준 연예인 중에 사찰을 당하거나 방송에서 퇴출당한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어떻게 물타기를 할지 지켜보겠습니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연예인 사찰 문서를 작성하거나 보고받았다는 사람이 없다며 사실 관계가 틀린 부분이 많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연예인 사찰 관련 자료는 의혹을 제기한 언론과 민주통합당에 확인하라고 밝혔습니다.
누구의 말이 맞고, 누구의 말이 틀린 지, 또 어디까지가 불법 사찰이고 어디까지가 합법적인 감찰일까요?
선거는 8일 남았습니다.
그 안에 모든 것이 명백히 밝혀질까요?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배수진을 친 여야와 청와대의 사활을 건 입씨름이 계속되면서 궁금증도 더욱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