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대통령이 아니며,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식으로든 일조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정치인이 되든 되지 않든, 어떤 식으로든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 정책을 만들어 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도 했습니다.
주목할 대목은 또 있습니다.
'아직 나이도 있으니까, 이번이든 다음이든 기회가 닿을 수도 있으며, 여하튼 최종 목표는 대통령이 아니다'는 말입니다.
안철수 원장의 말처럼 안 원장은 그동안 자신이 대선에 나가겠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대선에 출마하라고 호출을 당한 케이스'라는 말도 맞는 것 같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교수(4월4일 경북대 강연)
- "제가 뭘 얻을 지가 궁금한 게 아니라 내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까를 갖고 결정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해하시는 분들은 욕심이 있을 꺼야라고 생각하실 텐데. 정말로 저는 제 말은 해석이 필요 없어요. 투명하게 말하는 것이고 해석하시려다 보니 복잡해지셔서 스텝이 꼬이는 거지. 몇 개월 사이에 제가 50년 살아왔던 게 전부 바뀌겠어요? (대선 출마는) 제가 선택하는 게 아니고 저한테 주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없습니다."
아마도 안 원장은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크게 욕심을 내거나 연연해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인데 말입니다.
대신 사회를 바꾸고, 나라를 바꿀 수 있는 큰 틀의 정책을 제시하고, 이것이 실현될 수 있는 방법론으로 야권 단일화, 독자출마 등을 고민할 것 같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결국, 안철수 원장에게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보다 더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양보하겠다는 뜻일까요?
그렇다면, 의외로 쉽게 야권 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지 모르겠습니다.
자리 욕심을 내는 사람들에게는 후보 단일화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자리 욕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듯싶습니다.
이에 대해 안 원장 쪽은 '평소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같은 말씀은 많이 하시는데 이를 확대하여 해석한 것'이라며 말 그대로 확대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비치는 게 싫었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안 원장은 김부겸 전 민주통합당 의원을 만나 진로를 묻고, 친한 사이인 송호창 의원 출판기념회에도 참석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어떤 식으로든 조만간 결론을 낼 것 같습니다.
안 원장이 대통령이 목표가 아니라고 한다면, 민주통합당은 대통령이 목표인 게 분명합니다.
제1야당에 정권 교체는 존재의 이유겠죠.
그런데 그 정권교체를 위해 바깥으로 내는 파열음이 도를 넘었다는 말도 들립니다.
어제저녁 김한길 최고위원의 상가에서 김두관 후보 쪽 인사인 김태랑 전 의원이 박지원 원내대표에 물을 끼얹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김 전 의원이 박 원내대표에게 '대체 당 꼬락서니가 이게 뭡니까'라고 했고, 박 원내대표는 '꼬락서니라니, 기자 앞에서 말을 가려 해서 해야죠. 잘 될 거에요'라고 대꾸하면서 시작된 언쟁은 결국 망신스러운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꼴입니다.
두 사람의 단순한 언쟁이 아니라, 경선 과정에서 잠복한 불만이 폭발했다고 보는 게 맞을 듯싶습니다.
앞서 지난 2일 인천 경선 현장에서는 이해찬 대표가 연설하는 도중 신발이 날아다니고, 야유와 욕설이 나왔다고 합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추미애 최고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추미애 /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저도 현장 있었지만, 경선 장 분위기가 한마디로 위험한 수준까지 가 있다. 특히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고성 야유가 있었고 어떤 사람은 신발을 벗어 던지려고 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제가 정치가 그런 거 아니냐. 경쟁은 저런 거지 하며 스스로 이해하려고 많이 생각하고 그 자리 빠져나왔는데 맘 한곳은 안 좋았다."
경선 갈등은 원인은 어쩌면 민주통합당이 그토록 자랑하는 모바일 투표 그 자체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6연승을 달리는 문재인 후보는 누적득표율 46.2%로 25.8%인 손학규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의 기간조직인 대의원 투표에서는 손 후보가 35.1%를 득표해 24.9%를 얻는 데 그친 문 후보를 10%포인트 넘게 앞섰습니다.
물론 모바일 투표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47.8%를 얻어 25.4%를 얻은 손학규 후보를 20%포인트 넘게 따돌리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비문 진영에서는 이 점을 물고 늘어지고 있습니다.
정작 당심은 손학규 후보인데,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역선택 가능성도 있는 모바일 투표의 비중이 너무 높아 문재인 후보가 유리하다는 겁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경선이 큰 문제없이 치러지고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어제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대표가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이해찬 / 민주통합당 대표
- "후보들 치열하게 경선을 해 현장에서 6차례 했다. 강행군이라 건강 걱정이다. 지금까지 6군데 치렀지만, 현재 투표율은 불과 30%밖에 안 된다. 앞으로 치러질 곳이 70%이기 때문에 훨씬 더 중요한 경선 과정이 남아 있다. 과정에서 후보 지지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박근혜 후보와 격차 자꾸 줄어들고 있어서 경선 끝날 즈음엔 상당히 접전 될 걸로 기대한다."
어제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 2선 후퇴론과 쇄신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갈등이 모두 해소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비문 진영이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일 뿐, 칼날을 숨긴 것은 아니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어쩌면 비문 진영은 결선투표 한방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문재인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46%로 이대로 가면 결선투표를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남은 전남 광주 경선과 서울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몰표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결선투표까지 잘 갈 수 있을까요?
혹시 민주통합당 내 이런 갈등은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대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대통령 자리가 목표가 아닌데도, 각 후보진영과 지도부가 이렇게 뒤엉켜 싸울까요?
어찌 됐든 우여곡절 끝에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결정됐다고 칩시다.
그러면 대통령이 목표가 아닌 안철수 원장과 대통령이 목표인 민주통합당 후보 가운데 누구가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이 클까요?
또 어느 쪽이 단일후보가 되는 것이 나라를 위해 좋을까요?
조금씩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hokim@mbn.co.kr]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