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친박 2선 후퇴론이 거세게 불거지자, 친박 핵심인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이 결국 사퇴했습니다.
최 전 실장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후보 비서실장
- "저에 대한 온갖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마음에 멍이 들었지만, 박 후보와 당에 조금이라도 누가 될까 봐, 제가 감내해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하면서 한 마디 항변도 하지 못하고, 한 눈 팔지 않고, 묵묵히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헌신해 왔습니다. 그런데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온 이 시점에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많은 분의 비판과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후보를 아끼고 당을 사랑하는 충정에서 롯된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박 후보를 가장 가까이 모셔온 참모이자 비서실장으로서 무엇이 당과 후보를 위한 길인지 깊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고, 당의 화합과 대선 승리를 위해 가 그 책임을 안고 물러나겠습니다."
최 전 실장이 사퇴했으니 이제 된 걸까요?
당내 분위기는 최 전 실장의 사퇴 하나로 '친박 2선 후퇴론'이 잠재워질 것 같지 않습니다.
처음 쇄신론을 제기했던 남경필 의원은 '절박한 문제제기를 갈등이나 불화로 봐서는 안 되고, 담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후보를 제외한 모든 당직자가 일괄 사표를 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위원장의 반발도 심상치 않습니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자신을 선택할지, 아니면 경제민주화를 반대하는 이한구 원내대표를 선택할지 결정하라고 박 후보에게 촉구했습니다.
박 후보와 당 지도부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확실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김 위원장은 아마도 캠프를 떠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 영입을 반대하고 있는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도 '한 전 대표에게 선대위원장이나 국민통합위원장 같은 자리를 맡기면 함께 할 수 없다'는 뜻을 박 후보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근혜 쇄신의 상징이었던 김종인, 안대희 두 위원장이 지금은 박 후보에게 '선택'이라고 하는 시련을 던져주는 셈입니다.
박 후보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박근혜 후보는 최 전 실장의 사퇴 소식을 듣고 충정을 이해한다며, 더 이상의 갈등과 혼란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박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
- "자꾸 인위적으로 친이 친박을 나눠서 당과 국민께 혼란을 줘서는 안 된다. 각자 자리에서 역할에 온 힘을 다하고 있는가 생각할 때입니다."
더는 누군가 사퇴할 필요는 없다는 뜻일까요?
이런 박 후보의 의중 때문인지, 이한구 원내대표와 서병수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종인, 안대희 두 위원장도 박 후보가 직접 나서 설득하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는 새누리당 재선 이상 의원들이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며 단체 행동에 나설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박 후보의 단호한 말에도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박 후보의 리더십도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박 후보는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까요?
박 후보 진영이 내홍을 겪는 사이 문재인, 안철수 후보 진영은 후보 단일화를 위해 한발 더 나가고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어제 후보단일화의 조건을 직접 제시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
- "제가 (출마)선언 때 말씀드린 대로 첫 번째는 진정한 정치권의 개혁이 이뤄져야 하고 국민 여러분이 그것이 진정한 개혁이라고 동의하여야 한다는 전제를 말씀드렸고, 지금 이 순간도 같은 생각입니다. 국민 판단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국민의 목소리, 전문가들의 평가, 여론조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개혁이 우선 이뤄져야 하고, 그것을 국민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국민의 판단 기준은 현장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평가, 여론조사라고 했습니다.
문재인 후보 쪽이 내심 원했던 '담판'은 사실상 거절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경선은 받아들일까요?
안 후보의 최근 행보를 보면, 대통령에 대한 강한 의지와 함께 자신감이 넘치고 있습니다.
조용했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 역시 안 후보를 적극적으로 거들기 시작했습니다.
새누리당 쇄신파 의원이었던 김성식 전 의원도 영입했습니다.
호락호락 대선 후보직을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할 것 같지 않습니다.
안 후보는 어제 대선 정책비전 7가지를 발표했습니다.
대통령 임명직을 10분의 1로 줄이고, 청와대도 이전하겠다는 겁니다.
구체적인 정책공약은 아직 내놓지 못했지만, 큰 골격은 밝힌 셈입니다.
새누리당은 새로운 게 없고, 현실성도 부족하다며 역시 '아마추어'라고 깎아내렸고, 민주통합당은 '원론적 추상적 차원에서 국민 열망을 담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고 평가했습니다.
아직은 대통령 후보로서 부족하다는 겁니다.
여기다 새누리당은 안 후보에 대한 몇 가지 검증 의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 후보가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이런 이유로 문재인 후보 쪽은 내심 승리를 점치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
- "이렇게 좋은 분들 함께 해주시는데 후보들 선거 때마다 판단할 때 후보 자신을 놓고도 판단하지만, 어떤 분들이 후보와 함께 하고 있는가를 보고 유권자 시민들이 보고 판단을 많이 하십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과 함께 하시는 모양 보면 저를 국민이 최고의 대통령 감이다고 평가하고 판단해 주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후보 개인보다는 후보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보고 유권자가 판단할 것이라는 말은 다분히 안철수 후보를 겨냥한 말입니다.
아직은 3등이라며 한껏 몸을 낮추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자신감이 엿보입니다.
정책의 구체성, 집권했을 때 그 정책을 실행으로 옮길 당이라고 하는 조직을 가진 자신이 결국 선택될 것이라는 자신감입니다.
양자대결이나 다자대결에서 안 후보에게 밀리지만, 후보 단일화 적합도에서 안 후보를 앞서는 것도 문 후보에게 자신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후보 단일화 지지를 보면, KBS 여론조사에서는 42.9% 대 38.4%, 한겨레 여론조사에서는 49.8% 대 39.1%로 모두 문재인 후보가 앞섭니다.
이런 지지율이라면, 안 후보가 후보 단일화 기준으로 제시한 현장 목소리, 전문가 의견, 여론조사에서 모두 앞설 수 있을까요?
박근혜 후보 캠프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캠프에서도 '친노 패권주의'가 논란이 됐지만, 점차 수그러드는 것도 문 후보로서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지지율이 상승세에 있다 보니,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그다지 힘을 얻지 못하는 걸까요?
어쨌든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 모두 대선 승리로 가는 방정식이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떤 후보는 문제가 하나지만, 너무나 복잡한 함수로 이뤄져 쉽게 풀리지 않고, 어떤 후보들은 문제를 풀어도 또 다른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는 듯합니다.
수험생을 가장 압박하는 건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데 시험 종료 시각이 째각째각 다가오는 것이겠죠.
대선 시계가 요즘은 더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