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의 탈당과 안철수 캠프 합류로 어제 야권은 온종일 어수선했습니다.
먼저 송호창 의원의 탈당 변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송호창 / 전 민주통합당 의원
- "우리 아이 미래를 낡은 정치인들에게 맡긴다는 거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정권교체 새로운 변화 감당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150명 국회의원 거느린 새누리당이 연일 근거 없는 악의적 공격과 흠집 내기 하는 가운데 안 후보는 단 한 명의 현역 의원도 없이 홀로 벌판에 서 있습니다. 안 후보가 모든 것을 걸었듯이 저 역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께는 지심으로 죄송합니다. 문 후보의 변화에 대한 진심을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는 결국 하나가 될 것입니다. 저의 가장 큰 소임은 우리가 하나가 되도록 하는 일입니다."
조금 편집을 했습니다만, 하나하나 문맥을 뜯어보겠습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낡은 정치세력은 누구일까요?
민주통합당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송 의원은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라고 단언합니다.
국정감사에서 지지 의원 한 명 없이 새누리당에 당하기만 하는 안철수 후보를 돕기 위해서라고 한 대목에서도 얼추 그런 뜻을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새로운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후보라는 말은 문재인 후보보다 안 후보가 더 낫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문재인 후보의 변화에 대한 진심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지만, 결국 문재인 후보보다는 안철수 후보가 더 낫다는 말로 들립니다.
민주통합당은 안 후보 개인 하나로는 정치를 바꿀 수 없다며, 정당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해온 터라 이 말은 뼈아프게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
- "정당 바깥에서 우리가 정치 바꿔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저도 정치 참여 이전에 늘 그래 왔습니다. 바깥에서 요구한다고 그게 그대로 실현되지 않지 않나? 정당 혁신 새로운 정치도 정당 통해서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정당 없이도 정치개혁이 가능하다'고 응수했습니다.
송호창 의원의 탈당은 이런 안 후보 말에 공감한다는 뜻일까요?
송 의원은 또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결국 하나가 될 것이고, 자신의 소임이 그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 후보를 돕는 동시에 후보 단일화를 위해 애쓰겠다는 겁니다.
어찌 보면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송 의원이 안철수 캠프에 간 것이 잘된 일일지도 모릅니다.
송 의원의 말처럼 안 후보가 새누리당 공세로 지지율이 하락한다면 후보 단일화 효과가 그만큼 떨어지니 송 의원이 건너가 안 후보를 지켜주는 일을 하는 것도 필요할지 모릅니다.
또 후보 단일화를 위해 가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안철수 캠프에 많이 있는 것도 나쁠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송 의원의 탈당을 선의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왜일까요?
왜 문재인 후보는 송 의원의 탈당 소식을 듣고 '아프다'는 말을 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문재인 캠프 내에 여전히 승리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로 똘똘 뭉쳐 있지 못한 상황에서 한 명의 이탈자는 또 다른 이탈자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용광로 선대위를 꾸렸다지만, 아직은 화학적으로 하나가 되지 못한 민주통합당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겁니다.
어제 뉴스 M에 출연했던 박용진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용진 / 민주통합당 대변인
- "민주통합당을 창당했을 때 본인이 입당했을 때, 본인이 전략공천을 받았을 때 그것은 민주통합당이 함께하는 많은 당원과 국회의원, 동료들과 함께 정권교체와 정치개혁이라고 하는 이 시대의 화두를 실천하기 위해 참여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 특별한 의논 없이 본인의 판단에 따라 움직인 것에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고, 정당정치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저희들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 보도 심도있게 정리해 입장을 내겠습니다."
송 의원은 지난 4.11 총선 때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변인을 지냈습니다.
그 인연으로 박 시장이 민주통합당에 송 의원의 공천을 부탁했고, 민주통합당은 선거를 준비하던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전략 공천으로 송 의원을 선택했습니다.
경기도 과천 의왕은 새누리당의 강세지역으로 송 의원 개인 역량도 있었겠지만, 민주통합당 소속이 아니었으면 당선을 보장받기 힘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게 국회의원이 된 송 의원이 6개월 만에, 그것도 국정감사 기간에 당을 탈당하고 안 캠프에 간 것은 정치 신의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심지어 '안 후보가 말로는 새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데,이것이야말로 (철)새 정치'라는 비아냥도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하면 안 후보에 역풍이 불 수도 있습니다.
안철수 캠프 쪽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대안이 아님이 드러났다며, 그것에 대한 실망이 이유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유리한 상황을 쫒아온 철새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어제 뉴스M에 출연했던 김민전 교수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민전 / 경희대 교수(안철수 캠프)
- "송호창 의원 역시도 많은 국민, 또 안 후보와 마찬가지로 많은 기대를 민주 통합당에 가지고 있다가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았구나, 라고 하는 판단을 하고 계시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죠."
송 의원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하나가 될 것이고, 자신의 소임이 그것'이라고 말한 것도 잘될지 모르겠습니다.
금태섭 안철수 캠프 상황실장은 어제 한 방송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완주에 대한 생각 없이 출마했겠느냐며 지금은 단일화 논의를 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민주통합당이 주도하는 후보 단일화 논의에 호락호락 끌려가지 않겠다는 심산일까요?
3자 구도로도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선다면, 안후보가 굳이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할 필요는 없겠죠.
송 의원의 말처럼, 두 진영이 하나로 합쳐질지는 갈수록 불투명해 보입니다.
오늘 한 언론보도를 보면, 안 캠프에서는 후보 단일화라는 말 대신 권력분담 구상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미래 먹을거리와 국가가 나갈 방향을 총괄하는 미래기획부를 만들어 통일 외교 안보와 함께 대통령이 맡고, 나머지는 총리가 맡는 방식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얘기한 공동정부론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물론 안 후보가 대통령을 하고, 문 후보가 총리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겠죠.
문재인 캠프와 안철수 캠프는 이제 불편한 동거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것 같습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조금씩 갈등을 봉합해 가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어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만나 설득했고, 김 위원장은 당무에 복귀했습니다.
물론 경제민주화를 반대하는 이한구 원내대표가 선대위에서 빠지고,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딴소리'를 못하도록 박 후보에게서 약속을 받아냈다는 말도 들리긴 합니다.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위원장도 조금 마음을 가라앉힌 것 같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한광옥 전 고문에게 맡기려던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직접 맡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강경했던 태도가 조금 누그러진 것 같습니다.
안대희 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대희 /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위원장
- "(한광옥 국민통합위원장 임명되면 사퇴하겠단 애초 요구 변함없나?)
현재로서는 그렇다. 그러나 위원님들과 이야기해보겠다. 저도 요구라는 말은 쓰는 말이 아니고 저희는 건의 드리는 거고 후보님이 모든 것을 판단하실 겁니다."
어제 정치쇄신특위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박 후보와 안대희 위원장은 나란히 앉았지만, 분위기는 아주 냉랭했습니다.
안 위원장이 박 후보의 불편한 심기를 읽었던 것일까요?
전 비대위원들이 사퇴를 요구한 박 후보 보좌진 4인방에 대한 문제도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박 후보를 14년여 간 보좌하면서 비서 그 이상의 입김을 가졌다는 말이 들릴 정도입니다.
이들을 통하지 않고는 김종인 위원장조차 박 후보와 직접 통화가 안된다는 말이 있으니까요.
새로운 중책을 맡게 될 김무성 전 의원이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비서 4인방'에 대해 해법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바람잘 날 없는 게 정치인 게 같습니다.
영원히 함께 할 것 같은 동지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편에 가 있는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달래야 하니 말입니다.
태풍이 몰아쳐 모든 게 날아갈 것 같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태양이 비추니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