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공방을 넘어,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도 정면 대결을 불사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어제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해 자신과 관련 없는 일이라고 분명한 어조로 밝혔습니다.
박 후보가 어제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후보
- "정수장학회 문제는 저도 관계가 없습니다. 그런 결정(MBC 지분 매각)을 했다는 것 보도 통해서 알았고, 장학회에서 이사회에서 결정을 그렇게 했는가 보죠. 어쨌든 저나 야당이나 이래라저래라 할 아무 권한이 없지 않습니까? 어, 지역발전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겠다는데 그것으로 야당이나 저나 법인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필립 이사장이 자진 사퇴를 하는 것은?)
그런 데 대해서는 제가 입장을 다 드렸고, 거기에 대해서는 제 입장을 이미 밝혔으니 더 말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박근혜 후보는 자신이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그만둔 데다, 정수장학회가 공익재단이기에 뭐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겁니다.
최필립 이사장의 자진 사퇴 문제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 역시 자신이 강제로 물러나게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지금의 정수장학회와 박 후보는 관련이 없다는 겁니다.
정수장학회는 1962년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강제 헌납된 뒤 5·16 장학회를 거쳐 정수장학회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법원이 정수장학회는 강탈한 재산이라고 판결했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으로 국가나 개인이 항의할 만한 근거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 50년 동안 감사를 받으며 비교적인 잘 운영됐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 역시 한때 이사장직을 10년 동안 했지만, 지금은 정수장학회와 아무 관련이 없고 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습니다.
물론 법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정서법이라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정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과 육영수 여사의 '수'를 딴 것입니다.
부모님의 이름을 딴 정수장학회가 박 후보와 관련이 없다?
현재 최필립 이사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지낸 사람이고, 박 후보와 가까운데 아무 관련이 없다?
야당이 공격하는 지점입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어제 저녁 기자들과 만찬에서 '지난 2007년 대선 분위기로 접어들면서 이 부분(정수장학회)이 공격받고, 부담으로 작용하니까 이사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측근을 이사장으로 하고 이사들도 다 그런 분들로 된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아무 관련이 없다는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한 문재인 후보의 반박입니다.
아무 관련이 없다는 박 후보의 말, 그리고 관련이 깊다는 문 후보의 말, 어느 쪽 말을 국민이 더 신뢰할까요?
NLL 문제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의 공세가 매섭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것인데, 그 진위 공방이 뜨겁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정상회담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문재인 후보가 상황을 가장 잘 알 것이라며 공격하고 있습니다.
박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10월12일)
- "(문재인 후보가 녹취록 있다는 주장 사실이라면 자기가 책임지고 아니면 박근혜 책임지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제일 잘 아는 사람이 관계된 사람인데 관계된 사람이 관련된 상황에 대해 명백하게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소에도 NLL은 미 군정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며, 무력화 발언을 많이 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실제로 정상회담에서 했을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의 답은 단호합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0월12일)
- "만약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 대신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제가 대통령 후보로서 그것이 저의 잘못임을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국민에게 평가받겠습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라면 정문헌 의원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책임지겠다는 것은 혹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말일까요?
새누리당은 당시 회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를 받아들이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생각해보면 이 문제는 간단히 풀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먼저 남북 정상의 회담 녹취록이 있는가 하는 부분인데, 그것을 봤다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어디서 봤는지 밝히면 됩니다.
그런데 정문헌 의원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어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정문헌 / 새누리당 의원
- "(그러면 지금 정 의원께서 얘기하는 건 노 전 대통령의 영토 포기 발언이 있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근데 그걸 언제 보신 겁니까?)
그건 제가 정확하게 확인해 드릴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통일 비서관 하셨잖아요. 추측을 한다면 그때 보신 게 아닌가?)
네. 근데 정확하게 확인해 드리기는 어떤 식으로 제가 이 부분을 알게 됐는지 그 경위에 대해서 정확하게 확인해 드리기가 지금 이 시점에서 곤란한 부분이 있습니다."
정 의원이 문건을 어디서 봤는지 밝히면, 그곳에 그 문건이 존재하는지 확인해보고 그런 내용이 있는지 살펴보면 될 일인데요.
또 하나, 서해 북방 한계선 NLL 문제는 주요 국방 현안이었던 만큼, 당시 국방장관으로 정상회담에 참석한 김장수 전 장관(지금은 박근혜 캠프에 있습니다.) 이나 김관진 당시 합참의장(현 국방장관)이 회담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국방 전문가인 김종대 디펜스 21플러스 편집장이 어제 뉴스 M과 가진 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김종대 / 국방전문가(당시 청와대 국방 담당 행정관)
- "그날(남북 정상회담 앞두고 열린 청와대 회의) 김장수 국방장관이 눈병이 나 참석 못했어요. 대통령에 전염될까 봐. 당시 김관진 합참의장이 대신 참석했습니다. 김관진 합참의장이 그 회의에 참석해 국방부로 되돌아가서 김장수 장관에게 보고하길, 청와대 회의 가보니 NLL 경계선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되겠다. 우리 국방부 입장이 청와대에 잘 전달돼 남북정상회담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겠다 이렇게 보고를 한 겁니다."
현재 박 후보 캠프에 있는 김장수 전 장관과 현 국방장관에게 당시 상황을 확인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문제를 푸는 길이 보이는데, 왠지 자꾸 주변만 맴돌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여야가 이처럼 사활을 걸고 싸우는 정수장학회 문제와 NLL 문제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요?
가만히 보면 마치 박정희와 노무현을 놓고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까?
한쪽은 '박정희 딸', 또 다른 한쪽은 '노무현의 동지'로만 서로 바라보니까요.
역사의 문제이고, 영토의 문제이지만 동시에 미래가 아닌 과거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가볍게 넘길 수 없지만, 그렇다고 과거에 얽매일 수도 없는 일입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는 순간 이번 대선은 과거에 얽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요?
대선 정국이 이렇게 과거에 갇혀버리면, 유권자들은 박정희,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보고 미래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역설적 선거를 치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