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재인 후보의 행보가 부쩍 언론에 많이 실리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바람잘 날 없다는 것이기도 하고, 그만큼 기삿거리를 많이 만들어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새누리당이 제안했던 선거보조금 환수법, 이른바 '먹튀 방지법'을 전격 수용했습니다.
투표시간 연장과 동시 처리하자고 역공을 폈던 새누리당에 재역공을 한 셈입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어제 온종일 우왕좌왕했습니다.
새누리당이 내린 결론은 '두 법안을 동시처리 하자는 것이 교환하자는 뜻은 아니었다'였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11월1일)
- "당에 알아본 바로는 이런 법(먹튀방지법)을 낼 테니 이런 법(투표시간연장법)을 대신 통과시켜달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투표연장법과 보조금을 같이 논의해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일에 대해서 보도되는 과정에서 왜곡돼서 전혀 사실이 아닌 것처럼 보도될 수가 있습니다. 사실이 아니라 잘못 전달된 얘기라서 더는 얘기할 수 없습니다."
동시처리를 제안했던 이정현 공보단장의 말이 왜곡됐고, 언론이 잘못 보도했다는 뜻일까요?
문재인 후보는 즉각 반격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대선후보(11월1일)
- "정치가 무슨 장난입니까? 아주 우리로서는 정말 진지하게 논의해서 그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는데 무슨 또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면 그건 뭡니까? 정치를 정말 무슨 허허 그러게요."
일단 여론은 문재인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 같습니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10월 31일~11월 1일 전국 유권자 1천5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 와 휴대전화 임의 걸기 방식으로 실시한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가 2위로 올라섰습니다.
줄곧 3위에 그쳤던 결과와 대조적입니다.
물론 1위는 여전히 박근혜 후보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적어도 집 밖에서 벌인 문재인 후보의 승부수는 일단 통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집 안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김한길 최고위원을 비롯한 비주류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김한길 의원이 어제 뉴스 M과 가진 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통합당 전 최고위원
-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의 구태를 깨겠다, 기득권을 깨겠다는 의지가 있으니까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의 쇄신을 거리낌 없이 이끌 수 있도록 현 지도부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퇴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래서 사퇴한 것입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문재인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정치 쇄신이 필요하고, 정치 쇄신에는 인적 쇄신도 필요하다는 견해입니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동반사퇴를 요구한 듯합니다.
문재인 캠프의 '새로운 정치위원회'도 후보단일화를 위해서는 지도부 총사퇴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정치쇄신은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의 최대 조건입니다.
김 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비주류는 정말 후보 단일화를 위해, 문재인 후보의 승리를 위해 스스로 몸을 던진 것일까요?
그런데 다른 지도부는 그렇게 보는 것 같지 않습니다.
지도부 사퇴가 자칫 당내 분란을 증폭시켜 오히려 자충수를 둘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해찬 / 민주통합당 대표(11월1일)
- "의원 중에서 정권교체 바라지 않는 사람 누가 있겠습니까? 역사적 대업을 이룰 수 있습니다. 견해차이 있고 시각 차이 있고 관점 차이 있지만 모든 것을 다 힘을 합쳐야 하나가 돼야 합니다. 의원들 사이에서 여러 얘기 나오지만 모든 것은 정권교체에 대한 간절한 소망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도부 총사퇴를 사실상 거부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의 생각은 뭘까요?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1월1일)
- "우선 정치 혁신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쇄신이 곧바로 지도부의 퇴진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닙니다. 민주당의 쇄신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과 소통하고 동행할 수 있는 정당구조로 바꿔나가는 것이 쇄신의 본질입니다. 정치 혁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이해찬 박지원 대표 두 분은 일단 선대위 구성에서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았고, 최고위원회 권한이 후보인 저에게 위임돼 있습니다. 다만, 더욱 완전한 퇴진이 이뤄져야 민주당 쇄신하는 것 아니냐는 충정에서 이런 의견 나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실적 고려해야 할 부분 있어서 저한테 맡겨주고 시간을 좀 줬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에게 맡겨달라는 것은 사실상 당장 지도부 총사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또 문재인 후보가 지도부를 사퇴시키면 이해찬 대표가 맡은 충청과 박지원 원내대표가 맡은 호남에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듯 보입니다.
문 후보는 적어도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대선 승리를 위해 필요하면 자신이 요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물러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모양입니다.
물론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지만 말입니다.
문 후보의 생각이 그렇다면, 김한길 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아무 성과 없이 무위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당내 분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큽니다.
문재인 후보는 이들을 다독여야 할 숙제가 생긴 셈입니다.
당 바깥에서는 과감한 승부수로 분위기를
시간을 달라고 한 문재인후보.
문 후보는 또 어떤 승부수를 던질까요?
다른 후보도 그렇겠지만, 문재인 후보에게 대선가는 길은 절대 평탄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