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조국에 헌신하겠다던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오늘 한국을 떠났습니다.
장관 지명을 받은 지 보름만입니다.
어제 아침 갑자기 나온 김종훈 후보자의 사퇴의 변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종훈 /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 "제가 조국을 위해 바치려고 하던 모든 것이 무너지고,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통령 면담 거부하는 야당과 정권 난맥상 보면서 제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을 지켜낼 수 없었습니다. 이제 저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던 마음을 접으려고 합니다."
김 후보자는 왜 갑자기 사퇴를 했을까요?
야당과 정권 난맥상이 정말 이유일까요?
그렇게 믿기에는 보름 전 장관 지명을 받으면서 밝혔던 그의 포부와 각오가 덧없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장관 지명 당시 미국 국적까지 포기하며 대한민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한 김종훈 후보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종훈 / 미래부 장관 후보자(2월17일)
- "이 일(미래부 장관)을 하기 위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미국 시민권 포기)이기 때문에, 한 번 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모든 것을 다 처리하고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렇게 했습니다. (가족들의 시민권도 포기하나?) 아닙니다, 저만 합니다."
미국 시민권 포기와 천억 원의 국적 포기세, 미국에서 쌓은 사회적 지위와 명예도 모두 버리고 장관직을 맡겠다던 김종훈 후보자가 정말 한국 정치에 대한 실망 때문에 사퇴했다고 믿어야 하는 걸까요?
어떤 이들은 정말 이런 이유 때문에 사퇴했다면 뜬금없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이 김 후보자가 책임질 일도 아니고, 여야가 티격태격하는 것도 늘 보아온 터라 그리 놀랄 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혹시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걸까요?
김 후보자 사퇴 생각을 한 것은 2일께부터였다고 합니다.
청와대에도 그 뜻이 전해졌고, 박 대통령이 만류했지만 김 후보자의 사퇴 의사를 되돌릴 수 없었다고합니다.
CIA 자문위원 경력이나 이중 국적 문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부인 명의의 강남 빌딩 지하 유층주점 문제와 미국 생활 중 룸살롱과 원정도박을 한 의혹 등 확인되지 않은 갖가지 소문이 그를 괴롭혔다는 겁니다.
미국식 사고와 행동에 익숙한 김 후보자가 사적인 과거사까지 모두 공개되는 한국식 문화에 상처를 입었다는 겁니다.
특히 가족이 큰 상처를 받았고, 이러면서까지 꼭 장관을 해야 하는지 회의를 느꼈다고 합니다.
결국, 한국식 인사청문회 시스템과 언론의 검증이 문제였다는 뜻일까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3월5일)
- "봉사하겠다고 나선 이상 최대한 사생활 보호하고 명예 지켜주면서 검증하는 시스템 갖춰야 합니다. 청문회 통과가 중요한 게 아니고 통과 후에도 조직 구성원에 존경 신뢰 받으면서 일하는 환경 만들어야 국민에 도움되는 것입니다. 품격 있는 인사청문회 운영이 절실합니다."
그러나 야당은 갖가지 의혹이 불거져 청문회 통과가 불투명해진 게 김 후보자의 진짜 사퇴 이유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언주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언주 / 민주통합당 원내 대변인(3월4일)
- "이중국적 논란과 부인 소유 청당동 건물의 유흥주점 의혹, 외환위기 직후 일가의 부동산 투자 정황까지 나오면서 김 후보자는 청문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였습니다. 여야의 대치 국면을 본인의 출구전략으로 이용하는 듯해서 씁쓸합니다."
김 후보자가 사퇴한 진짜 이유는 김 후보자만이 알고 있을 듯합니다.
그는 더는 말을 않고 오늘 한국을 떠났습니다.
삼고초려를 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새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을 남겨 놓은 채 말입니다.
김종훈 후보자를 떠나게 했던 한국 정치의 실망스러움은 안철수 전 교수에게는 돌아와야 할 명분을 준 것 같습니다.
대선 이후에도 계속되는 여야의 대치와 구태스러움은 사람들 뇌리 속에 새 정치를 외쳤던 안 전 교수를 다시 떠오르게 할지도 모릅니다.
'타이밍의 귀재'라 불렸던 안 전 교수가 이번에도 절묘한 시기에 귀국하는 걸까요?
안철수 전 교수가 절묘하게 귀국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울 노원병 출마는 모두로부터 환영받을 만큼 그리 절묘했던 것은 아닌 듯합니다.
노원병이 지역구였던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는 '가난한 집 가장이 밖에 나가서 돈 벌 생각을 해야지 집안에 있는 식구들 음식을 나눠먹느냐'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노원을 선택한 것은 진보정당 쪽은 밟고 가겠다는 메시지를 던 것이므로, (안 전 교수가) 이 선택에 대한 정치적 후과를 감당해야 할 것 같다'고 썼습니다.
진보정의당은 안 전 교수가 노원병에 출마한다면 자신들과 싸워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어제 뉴스 M에 출연했던 천호선 최고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천호선 / 진보정의당 최고위원(3월4일 뉴스 M)
- "안철수 후보가 이렇게 (노원병 출마를)일방적으로 통보를 하셨다면 협력과 신뢰관계를 흩뜨리신 건데, 저희로서는 저희의 원칙과 가치관을 가지고 임할 수밖에 없고요. 안철수 후보가 승리하시려면 그것을 뛰어넘는 지지를 얻어내셔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으시다고 봅니다."
조심스럽던 민주통합당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습니다.
설훈 비대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설훈 / 민주통합당 비대위원(3월4일)
- "부산 영도에서 안철수 출마하면 지금 조사도 그렇고 여당 누가 나와도 안철수 당선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 측이 부산 출마해서 지역 갈등 구도 타파 선봉장 되고 그게 새 정치 위해 꼭 필요하니 부산 영도 출마가 그야말로 쉬운데 이런 부분을 왜 고려하지 않았는지 대단히 아쉽습니다."
설훈 의원의 말처럼 안 전 교수는 왜 고향인 부산 영도가 아닌 서울 노원병을 선택했을까요?
부산에는 이미 문재인 의원이 있는데, 자신마저 부산에서 출마하면 한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또 지역구도 타파는 노무현, 문재인 의원이 이미 갔던 길이니 또 따라하기에는 너무 진부하다고 느낀 걸까요?
이런 야권의 비판을 안 전 교수는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것일까요?
아니 어쩌면 이런 비판까지 예상하고서 노원병 출마를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정말 안 전 교수로부터 직접 그 이유를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금의환향 속에 한국에 들어왔다가 쓸쓸히 떠나는 김종훈 후보자.
금의환향을 기대했지만, 예상치 못한 비판 여론 속에 돌아와야 하는 안철수 전 교수.
살아온 인생 여력이 비슷한 두 사람의 행보가 서로 교차하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