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도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또 저러나?' 그냥 관성처럼 흘려듣기에는 그 수위가 너무 높습니다.
북한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통해 강경한 대북 위협발언을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김영철 / 북한 정찰총국장
- "형식적으로나마 유예해오던 조선정전협정의 효력을 완전히 전면 백지화해버릴 겁니다. 우리 군대가 잠정적으로 설립하고 운영하던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활동도 전면 중지하게 될 것입니다."
정전협정 파기 운운하는 것은 늘 해온 위협이지만, 별 4개 대장급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직접 성명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북한은 한 발 더 나아가 오늘 노동신문을 통해 핵 단추를 누르겠다는 위협까지 했습니다.
"우리와 미국 사이에는 누가 먼저 핵 단추를 누르든 책임을 따질 법적구속이 없다"
"누르면 발사하게 되어 있고, 퍼부으면 불바다를 펼쳐놓게 될 우리식의 정밀 핵타격 수단으로 워싱턴과 서울을 비롯한 침략의 아성을 적들의 최후무덤으로 만들어야 한다"
듣기만 해도 섬뜩한 말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동해와 서해에 선박과 항공기의 항행을 금지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또 동해 원산 인근에서는 대규모 육해공 합동훈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북한군의 이런 움직임은 현재 진행 중인 우리 군의 독수리 훈련과 다음 주 시작되는 한미 합동 키리졸브 훈련을 겨냥한 것입니다.
매년 반복되는 상황이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또 다릅니다.
오늘 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안 결의가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제재안에는 북한 외교관의 밀수, 밀매에 대한 감시, 의심스런 화물이 실린 것으로 추정되는 항공기의 이착륙과 영공통과를 불허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북한이 받을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고,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추가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우려입니다.
우리 군도 경계태세를 강화하면 강경 대응을 천명했습니다.
김용현 합참 작전부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용현 / 합참 작전부장
- "북한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정을 위협하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은 도발 원점과 도발 지원세력은 물론 지휘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며 이를 시행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밝힌다."
북한 김영철 정찰총국장처럼 우리 역시 군복을 입은 현역 장성이 직접 대북 경고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도발 원점은 물론 지휘세력까지 응징하겠다고 했습니다.
지휘세력이라 하면 어디까지를 말하는 걸까요?
연평도 포격을 주도한 북한 4군단 사령부처럼 군 사령부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더 나아가 평양 지도부까지도 타격하겠다는 것일까요?
어느 쪽이든 이런 상황이 된다면 확전은 불가피하고, 상상하기 싫지만, 전면전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의 위협에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여기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 서부리 김지권 이장 전화로 연결해 현지 주민들 분위기 알아보겠습니다.
<백령도 서부리 김지권 이장 전화 인터뷰>
1. 북한이 연일 핵전쟁 운운하면 군사 도발 위협을 하고 있습니다. 주민들 불안하지는 않으신지요?
2. 백령도 앞바다에 천안함이 침몰한 지 꼭 3년이 됐습니다. 혹시 그때 불안감이 다시 떠오르지는 않으신지요?
3. 북한이 서해 쪽에도 선박과 항공기 운항을 금지했습니다. 우리 어민들도 출어가 금지됐나요?
- 생계에 피해가 크겠군요.
4. 무엇보다 안전이 걱정입니다. 혹시 주민들 가운데 뭍으로 나가겠다고 그러는 분들도 있습니까?
5. 대피시설이 부실하다는 문제가 늘 거론됐는데, 지금은 다 보완이 됐습니까?
시민들 불안감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북한이 애초에 노린 게 이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갖가지 위협과 협박으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서 이후 있을 6자회담이나 북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려는 전략 말입니다.
북한의 전략이 무엇이든 됐든 너무 겁먹을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사태가 악화하도록 그냥 내버려둬서도 안될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현명한 대북 정책 수립과 대응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으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고, 국방장관 후보자는 갖가지 의혹 속에 청문회조차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9년간 천억 원을 들여 개발한 대잠수함 미사일 홍상어는 낮은 명중률로 실천배치가 불가능해졌습니다.
국민이 자칫 안보 불안감을 느낄 법도 한 상황입니다.
벼랑 끝에 선 북한이 무모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대화가 필요하면 대화를 하고, 강경 대등이 필요하면 대응을 하는 든든한 박근혜 정부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