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
▶언젠가 이런 일이 공론화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안사는 대학생들의 문화, 일부 대학 교수들은 자신의 저서를 팔기 위해서 교재를 사야 한다는 충돌이 이뤄지니까요.
-그런 불평은 들 수 있어요. 감독도 안하고 수업과도 관련 없는 책을 사라고 하면 이런 불평에 대해 조금 인정할 수 있지만. 저는 읽어가면서 하는 강의이기 때문에 팔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강의의 생명줄이죠.
▶요즘 대학생들을 보면 대학에서 공부를 한다기보다 취업을 잘하기 위해서 학점을 잘 받으려는 문화가 심하잖아요.
-학점을 잘 받으려면 저도 학점을 주니까, 제 과목도 열심히 해야 될 것 아니에요. 그런데 수업시간에 토익이나 토플 공부하고, 심지어 문자 보내고. 요새 애들 바빠요. 페이스북 해야지, 트위터 해야지, 카카오톡 해야지, 스마트폰 해야지. 한마디로 교양과목이 만만한 거예요. 내가 마음이 순하고 착해서 학생들한테 잘해줬어요. 점수도 잘 주려고 애를 썼고요. 첫 시간마다 했던 얘기가 나는 자유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자유를 주면 자율이 생긴다고 믿는다. 그래서 제가 출석도 좌석제로 안합니다. 대형 강의는 좌석제로 해야 하거든요. 조교가 많이 배당되지만 조교도 피곤하거니와 애들이 억지로 앉아있게 되는 거예요. 전자식으로 카드 찍는 식으로 하는데 기가 막힌 것은 찍고도 도망가요. 끝나면 결석계를 내는데 학생증을 집에 두고 왔다고 하면서 한 장에 열 명을 써내요, 친구들 이름까지 다 쓰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교육철학에 회의가 들어요. 저는 항상 자유주의 교육을 부르짖었고 자유를 주어야 방종이 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시기적으로 볼 때 2000년대 후반부터 학생들이 소위 스펙 쌓기다 뭐다 승자독식, 죽고 나 살자 주의, 공부보다는 취직이 되면서 완전히 달라졌어요. 사실 제가 즐거운 사라 때문에 영장도 없이 잡혀가고 그랬는데 그랬을 때 학생들이 저를 엄청 호응해줬어요. 마광수는 옳다고 700페이지 백서까지 만들고요. 심지어 총학생회에서 요구해서 제가 학교에서 해고당한 동안에도 무학점 강의를 했어요, 그것도 100명씩 왔다고요. 그때 제일 화제가 되고 신문에 났던 게 총학생회에서…. 이것은 인도를 모독하는 얘기지만 ‘마광수 교수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습니다’라고 말 할 정도로 호응해주었다고요. 2000년도에 제가 왕따를 당했어요. 터무니없는 왕따라서 학교에서 보냈지만 저는 친했던 몇몇 교수가 그래서 쇼크를 먹고 아주 지독한 우울증에 걸렸어요. 그래서 저는 우울증 걸려서 자살하는 분들의 심정을 알아요. 그럴 때도 학생들이 항의해주었습니다. 지금도 다수는 그렇습니다. 어제 오늘 제가 전화, 문자, 학생들이 엄청나게 사과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일부가, 쉽게 말해서 제 과목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마광수가 마음이 약해서 학점을 잘 준다더라, 요새 애들 표현대로 하면 널널하더라, 수업도 개판이다, 결석계 내도된다고 하더라 이런 애들이 일을 저지르고 그것이 마치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보도를 하고요. 터무니없이 다수건 소수건 간에 교과서를 사는 것은 의무예요. 안사는 것이 정당하다고 어떻게 신문에서 낼 수 있어요.
▶학생들이 사과하고 오히려 반성한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다시 한 번 학생들을 용서하고 다시 자유를 주실 생각이 있으세요?
-제가 어제 수업에 들어가서 잠깐 지켜보겠다고 그랬어요. 학교 게시판에 책을 가져왔는지 안 가져왔는지 조교를 총동원해서 조사하겠다고 했는데요. 어제 제가 들어가서 자네들 양심을 볼 테니까…. 심지어 가짜 영수증 만드는 방법까지 아이들이 공유했다고 이것을 신문에까지 내고 칭찬까지 했단 말이에요. 그게 신문입니까? 아이들이 거짓말 한 것에 동조한 거 아니에요.
▶기회를 주시겠다는 건가요?
-자기가 양심적으로 출결석에 대해서 거짓말을 안 하고 책도 정직하게 사고요. 책값도 합쳐서 2만원도 안됩니다. 그렇게 하면 내가 학기말까지 동향을 봐서 나도 치사하니까 책 검사 안하겠다, 앞으로 잘해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이메일, 전화, 문자로 일부 학생들 때문에 실망하지 말라고 사죄 글을 많이 보냈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들에게 던지고자 하신 메시지가 분명히 있으셨을 것 같아요.
-저는 30년 정도 선생 노릇을 했는데 이렇게 영수증 붙여라 한 것은 처음이에요. 너무 놀라서요. 600명인데 50권 샀다, 강독식인데도 버텨갔다. 시험을 보면 커닝이 너무 많아요. 학교 답안지 용지 형식을 구해다가 어떻게 복사를 했는지 말입니다.
▶교수님께선 굉장히 자율적인 시험을 보신다면서요.
-자율적으로 해요. 교과서에서 배웁니다. 교과서에서 자기가 문제를 두 개 내서 써라 대신에 책을 보면 안 된다고 하니까 수업을 안 들었던 애들이 미리 답안을 써서 몰래 갖고 있다가 냅니다. 적발검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어. 그러니까 아연한 거죠. 저는 학생들을 믿었고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두 번 해고당할 뻔 했던 것도 한 번 해고당했고 한번 해고당할 뻔 했던 것도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일부 애들이 저한테 실망을 주어서 영수증을 붙이라고 했는데 어제 인터넷 보도가 안 나오는 신문이 없어요. 그런데 헤럴드 경제 한 곳만이 제대로 냈더라고요. 헤럴드 경제는 다른 교수한테도 취재했더라고요. 애들이 책을 안 산다, 너무 한다. 교재비 아끼려고 복사를 한다, 통탄할 노릇이라고 차마 말씀 못 하시던걸 제가 터뜨리니까 얘기하시더라고요.
▶저도 대학시절에 부끄럽지만 제본이라고 해서 그런 책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런 책은 갖고 있어도 잘 안 보게 되고 학기 끝나도 버리게 되더라고요.
-제본 값하고 책값 차이가 거의 없다니까요.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한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등록금이 비싸다고 하잖아요, 고급 커피를 마시는 학생들도 있지만 실제로 굉장히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잖아요. 그런 학생들을 위한 배려방안은 어느 정도로 되어 있나요.
-앞으로 도서관하고 타협을 해야 될 것 같아요. 물론 600명이 듣는 것을 600권 비치할 수야 없겠죠. 교재를 안 보기에 20권을 기증하려고 하니까 도서관에서 3권이상은 안 받더라고요. 책값은 등록금과 똑같은 의미를 갖는 경비로 알아야 합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는 무려 180학점을 받고 졸업을 했고 요새 애들은 140학점이에요. 과목수가 고작 다섯 개 정도죠. 경제학이라든가 공대는 원서 두께가 두꺼워요. 십만 원짜리가 수두룩해요. 선생들이 엄하게 검사하고 에프 점수를 주면 애들은 삽니다. 그러니까 아주 슬픈 거예요. 애들을 눌러야 되는 구나, 자유를 주면 방종이 생기는 구나. 그래서 저는 교육철학에 회의를 느끼게 되고 착잡하죠.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책을 냈을 때도 학교에서 징계 비슷하게 받고 강의를 안준다거나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고 그 뒤에 말이 많을 때도 항상 학생들이 제 편이 되어줬어요. 지금도 그런 애들이 많아요. 그런데 문제는 교양 과목이기 때문입니다. 전공과목이라고 하면 꼼짝도 못해, 이것은 선택이거든. 더 슬픈 사실은 제가 마음이 약해서 학점을 잘 주거든요. 애들이 집이 어려워요, 장학금 받아야 되요 이러면 학점을 올려주거든요. 그런 제 성격을 이용한 거죠.
▶이런 논란이 이른바 대학의 위기, 인문학의 위기로 확대되어서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이번에 얘기한 것은 내 책을 산다는 의미보다도 교재를 산다는 의미보다도 안 읽어도 너무 안 읽어요 책을. 바빠요 바빠. 하루 종일 컴퓨터 하는 거죠. 고등학교에 나간 제자들 이야기 들어보면 계속 문자를 하는 겁니다. 수업시간에도 핸드폰 소리가 울린다고요. 그런데 뻔뻔한 애들은 다 전화까지 해요. 그러니까 고등학교부터 교권을 줘야 합니다. 심지어 야단쳤다고 학부형이 항의하고 교사가 무릎 꿇고 사과하고 학생이 119에 고발하고 이런 정도까지 됐잖아요. 교사로 부임한 제자들 얘기가 처음엔 자랑스럽게 부임합니다. 요새 교사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요. 그런데 해보니까 아니라는 거예요. 계속 떠들고 그래서 벌주는 게 기껏해야 서 있는 게 아니라 나간다고 하더군요. 작년에 제가 기가 막힌 일을 당했는데 소규모 강의였어요. 교재가 너무 비싸다고 하기에 반쯤은 내가 원가에 사서 주겠다. 왜냐하면 저자가 사면 70프로 해주거든요. 그래서 사서 쌓아뒀어요. 옆에 돈 넣는 종이 박스를 놓았다고, 만원이야. 그런데 멀리서 보니까 2명이 돈을 안냈는데 집어가더라고요. 그 중에 한 학생한테 자네 왜 그냥 가져가느냐 했더니 그 학생이 전혀 죄의식 없이 다음 시간에 가져오면 될 거 아니에요 이래요. 내가 어떻게 그걸 믿느냐, 책을 도로 놔라 했더니 책을 던져요. 던지고 나가는 것도 아니고 또 앉아서 강의를 들어요. 옛날 같았으면 때렸어요. 제가 대학 다닐 때는 때리는 선생님도 있었어요.
▶예전에는 스승의 그림자로 밟지 않는다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더라고요. 책을 당당하게 훔쳐가다니!
▶만약에 정말 사기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학생들은 교수님한테 찾아가서 양해를 구하면 되는 겁니까?
-그것은 저한테 사정하면 되는 거예요.
▶아예 시도조차 안하고 무조건 거짓말 한 것이 나쁘다는 거죠.
-대학생들의 생활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학교 자랑 같아서 미안하지만 연대생 정도면 과외수업을 많이 해요. 저한테 어떤 학생은 무려 네 탕을 뛴다고 했어요. 일주일에 두 번 가고 40만원, 50만원 받아요. 그게 아니라고 할 땐 학교 앞을 보세요, 신촌이 밤에 불야성이에요. 게임비, 당구비, 통신비, 술값, 데이트비용, 영화비용. 평균적이진 않겠죠, 물론 아주 가난한 학생도 있겠죠. 아르바이트 기회가 많아요. 죄송한 얘기지만 연대라서 소위 스카이 대학 학생들은 과외지도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과연 교과서를 못살 정도로 가난한 학생들이 등록금을 냈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교수님 말씀을 듣다보니 저조차 반성이 되는 게, 언론 보도를 보고 마광수 교수님이 노망나신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그런데 교수님 설명을 들어보니까 교수님이 책 팔아서 돈 버실 입장도 아니시고요.
-날 두둔하면서 (누가 계산을 했는데) 합쳐봐야 인세가 30만원이더라. 제가 30만원 벌려고 그랬겠어요.
▶사회적으로 시대적으로 던진 메시지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책에 대한 경시. 책 사는 걸 아까워합니다. 이제는 억울해 해요. 책을 왜 사냐는 거예요. 그런데 영화는 떴다하면 악착같이 다 보죠. 영화는 돈이 두 배로 들어, 왜냐하면 애인하고 같이 봐야 하거든, 두 장 사야 겠죠. 그래도 전혀 안 아까워합니다.
▶여학생들은 안 들 수도 있어요. 남학생들이 내느라요.
-남녀평등이라고 해놓고 남녀평등 세상이 됐다고 했으면 똑같이 더치페이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모든 여학생들이 당연히 데이트 자금 내는 것은 남자죠. 이것도 여학생들이 반성을 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정말 공짜로 먹지 말라는 거죠. 한마디로 엄한 선생한테는 꼼짝 못하고 약한 선생한테는 기어오르고요. 그게 우리나라의 최고 악습이거든요. 관료주의란 말입니다. 관료주의가 뭡니까. 윗사람한테는 아부하고 아랫사람한테는 엄포 놓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학생들이 그대로 닮아가는 거야. 한국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이런 이야기들이 공공연히 되는 겁니다. 학생 때부터 배우지 않고 거짓말 하고. 제가 오래 가르치다 보니까 손 글씨로 리포트를 내던 세대와 요새 전혀 책을 읽지 않는 세대가 내는 리포트의 수준이 너무 떨어졌어요. 연대가 그 정도면 오죽하겠어요. 거창한 이야기론 장래가 걱정돼요. 1년에 한권도 안 읽는 학생들이 태반이야.
▶요즘 도서관에서 많이 대여하는 순위를 보면 예전과 다르게 장르가 바뀐 것 같더라고요.
-어쩌다 책을 봐도 무협지, 판타지 소설이나 보지. 책을 안 봐요. 그거 할 시간에 게임을 한다더군요.
▶성과 문화에 관한 국내의 최고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으시니까 질문 드리겠습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런 저서가 많죠.
▶미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적으로 동성결혼과 관련한 이야기가 불붙어서 미국에서는 허용해야 된다, 안해야 된다 하는데요. 앞으로 이런 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저는 늘 제 책도 안보고 ‘저 사람은 변태다’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제가 알기로는 여러 학자들의 결론이 이제는 동성애를 정신적 질환으로 취급하지 않아요. 일종의 유전적 영향을 많이 받는 특이한 성 취향으로 봅니다. 연대만 해도 동성애 동아리가 있어요. 정식으로 동아리 방까지 제공했죠. 지금도 기독교나 가톨릭에서 동성애는 죄죠. 그러나 현실이 동성애자들이 떳떳하게 동아리를 만들고 걔네들이 가끔씩 무크지를 내서 제가 유심히 봅니다. 즐거운 사라가 유죄된 이유 중에 하나가 사라가 잠깐 동성애를 해요. 23년 전에 쓴 건데, 동성애를 이제 어느 나라도 문화적 후진국이 아닌 한 차별하지 않아요. 미국도 클린턴부터 동성애자를 군대에 갈 수 있게 하던가, 직장 차별에 대해 벌을 준다던가, 이런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거든요. 양성애, 여장 남성, 여자처럼 꾸미고 다니는 남자가 엄청 증가하고 있어요. 여성이 남자처럼 악착같이 꾸미지 않아요. 그런데 남자가 악착같이 꾸며, 쉬메일 거창한 말로 복장노착자라고 하죠, 이게 엄청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옛날 중세기적 잣대로 중세기 기독교의 편협한 잣대로. 중세기 때는 동성애자를 죽였어요. 동성애가 변태 중에 최고의 변태인데 저는 이제 변태라는 말은 없어져야 한다고 봐요. 성 취향이라는 거죠.
▶오늘 교수님 모시고 의미 있는 말씀을 들은 것 같습니다. 특히 저처럼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을 거예요. 책 팔라고 교수님들이 저런 일까지 하나 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그런 오해를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앞으로 교수님의 교육에 대한 뜻이 학생들에게 오롯이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