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를 도와주겠다고 하는데도, 안 후보쪽에서 도움이 필요없다고 나오니 말입니다.
당의 불출마 방침에 반발해 무소속이라도 나오겠다고 했던 이동섭 민주통합당 지역위원장이 결국 뜻을 접고 안 후보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이동섭 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동섭 / 전 서울노원병 예비후보(4월1일)
- "서울 노원병 지역 보궐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합니다. 저는 지금 이 시간부터 새 정치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겠습니다."
이동섭 위원장은 지난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안철수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던 터였습니다.
'안철수 교수는 구태정치를 답습하지 말라. 안철수 후보가 노원을 선택한 것은 의원 자격을 얻어 기반을 잡고 새로운 정당을 건설하려는 꼼수다.'
그랬던 그가 왜 한달 만에 출마 의사를 접었을까요?
현재 여론조사상 당선 가능성이 없으니 알아서 접은 걸까요?
아니면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통합당의 압력이 있었던 걸까요?
정청래 의원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볼까요?
'20년을 준비하고 기다렸던 선거. 저번에는 노회찬, 이번에는 안철수. 교회장로인 그가 오늘 하나님 뜻대로 불출마-안철수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오~하나님'
개인 의사였든, 당의 압력이 있었던 이동섭 위원장의 마음이 무척이나 착잡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동섭 위원장 개인보다 더 착잡한 게 아마도 민주통합당 지도부일 것 같습니다.
제1야당인데도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던 후보도 무소속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는 상황이니 오죽하겠습니까?
게다가 이렇게까지 안 후보를 도와준다고 하는데도, 안 후보 쪽에서는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도움이 필요없다는 시큰둥한 분위기라면 어떨 것 같습니까?
안철수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예비후보(4월1일)
- "뼈를 깎는 결단이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이 위원장은 물론 지지자들의 마음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고, 앞으로 새 정치의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는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이동섭 위원장에게는 고맙지만, 민주당에게는 고맙다는 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이동섭 위원장의 지지자들 마음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입니다.
이 지지자들이란 이동섭 위원장 개인에 대한 지지자도 있겠지만, 상당 수는 민주당 당원인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렇다면, 민주당 지역 당원들의 마음을 담을 수 있게 노력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가요?
민주통합당과 연대할 수도 있다는 것일까요?
안철수 캠프 내에서 만약 안 후보가 민주당과 연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보 취급을 당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지금 안 후보 쪽은 민주당과 연대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안철수 후보 측 윤태곤 공보팀장은 '나름대로 가야할 길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새 정치의 씨앗을 노원에서부터 뿌려 보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야권 연대 없이 새정치에 대한 비전만 갖고 선거를 치르겠다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민주당이 나선다면, 오히려 선거에 독이 될것이라 생각하는 걸까요?
실제로 내일신문이 어제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12.3% 대 25.9%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수십년 된 제1야당의 지지율이 만들지도 않은 신당에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니요?
안철수 후보 쪽에서는 당연히 민주당과 연대를 하지 않아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할 법합니다.
안철수 후보 쪽에서는 민주당 뿐 아니라 지난 대선 때 1470만표를 얻었던 문재인 의원의 도움에도 시큰둥한 모양새입니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 주 큰 맘을 먹은 듯 '안철수 후보 쪽에서 요청이 오면 흔쾌히 선거를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안철수 후보 쪽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찌됐든 대단한 자신감입니다.
민주통합당으로서는 황당하면서도 어쩌면 배신감까지 느낄 만하지 않을까요?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안철수 후보 혼자서는 이번 선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안 후보가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민병두 민주통합당 전략홍보본부장의 말입니다.
'안철수 후보에게 이번 선거는 힘들 것이다. 조직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민주당의 조직적 뒷받침은 전통적 지지자층이다. 이런 분들이 받은 자존심의 상처를 위로하고 끌어들이는 건 이제 안 후보가 해야 할 일이다'
민주당과 손을 잡지 않고서는 민주당 조직과 지지자들 마음을 얻기 어렵다는 겁니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한길 의원도 '안 후보의 독자세력화는 오히려 새누리당이 더 반길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도와줄께'라고 말하는 민주당, '됐거든'이라고 말하는 안철수 후보.
동상이몽의 두 진영이 어떤 길을 가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취재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