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다소 밋밋해졌습니다.
'거물급 후보'들이 경쟁자들을 상당한 격차로 앞서면서 벽보도 붙이기 전에 판세가 기울고 있습니다.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2일 지역구별로 7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보겠습니다.
서울 노원병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44.5%로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 24.5%를 20%포인트나 크게 앞섰습니다.
부산 영도를 볼까요?
김무성 새누리당 후보가 48.7%로 민주통합당 김비오 후보 14.9%를 역시 크게앞질렀습니다.
충남 부여, 청양에서도 이완구 후보가 64.5%로 황인석 민주당 후보를 50%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정도면 큰 대세의 변화가 없는 한 유력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람들은 누가 당선되느냐보다는 당선되 이 거물급 인사들이 앞으로 정계 개편의 어떤 회오리 바람을 몰고 올지에 쏠려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안철수 후보의 국회 입성부터 볼까요?
이번 여론조사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다자대결에서는 허준영 후보를 20%포인트로 앞섰지만, 야권 단일화가 돼서 안 후보가 나설 경우에는 격차가 9%포인트로 준다는 것입니다.
이상하네요.
야권단일 후보가 되면 야권 지지자들이 하나로 뭉치니 지지율이 높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격차가 준다니요?
그렇다면,노원병 사람들은 안 후보가 야권연대를 하지 않는 것을 더 바란다는 뜻일까요?
만일 이게 민심이라면, 안 후보는 야권연대를 거부할 것 같습니다.
안철수 후보 쪽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예비후보
- "지지자분들 마음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고, 앞으로 새 정치의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는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 인터뷰(☎) : 윤태곤 / 안철수 예비후보 측 공보실장
- "유불리를 떠나서 진짜 우린 이번엔 정말 좀 혼자서 우리 얘기하면서 해보겠다는 거잖아요. 야권연대를 무조건 앞세운다든가 반박근혜 연합 이런 건 아니라는 거죠."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안 후보쪽의 방침은 당선 이후 야권 정계개편을 강하게 예고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입당은 커녕 민주당과 손을 잡지 않고, 안철수 독자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안 후보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민주당을 떠나 합류하는 의원이 몇명이나 나올까요?
민주당 지도부는 내심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을 걱정하는 눈치입니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한길 의원도 '안 후보의 독자세력화는 오히려 새누리당이 더 반길 일이다'라며 신당 창당을 경계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안철수 후보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일각에서는 안 후보와 여권 내 비박계의 제휴설도 나돌고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새 정치의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함께 가겠다고 했으니, 비박계와 손을 잡지 말란 법도 없을 듯합니다.
새누리당 내에서 친이계로 분류되거나, 핵심에서 밀려난 비박계들은 안철수 신당의 유혹에 강하게 끌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권에서는 김무성 이완구 의원의 국회 입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무성은 전 의원의 입성을 놓고 당 내에서는 벌써 "차기 당대표는 김무성이다"라는 말이 나온다고 합니다.
원조 친박에서 탈박이었다가 다시 돌아온 복박인 김무성 전 의원은 비박계와도 친분이 있고, 특유의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새누리당 내에서는 김무성 전 의원의 귀환을 썩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도 한때 들렸습니다.
지난달 김무성 전 의원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후보
- "(새누리당에서 조금 불편해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서운하지는 않으신지?)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 원래 세상에는 루머도 많고 유언비어가 많이 때문에 제가 직접 확인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고 싶지 않은데. 저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김무성 전 의원이 귀환하면 당청 관계가 바뀔까요?
어제 열렸던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 특강에서도 의원들은 강사로 나선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에서 당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질책을 쏟아냈다고 합니다.
한 의원은 4.1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도 '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도 언론 보도를 보고 내용을 알았는데 적어도 여당 의원과 사전 논의는 거쳤어야 했다'고 따끔한 지적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당청 관계를 다시 복원하고, 당의 목소리를 키울 사람은 김무성 전 의원 말고는 없는 걸까요?
이완구 후보 역시 의원이 돼 입성한다면 충청권 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정치의 한 축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거물급 인사들의 귀환, 그리고 싫든 좋든 그들을 맞이해야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한 방정식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