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으면 북한은 원래 '그러려니'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사람들도 지금은 '정말 전쟁 나는 거야?'라고 곧잘 물어오곤 합니다.
정말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까요?
김정은은 정말 무력 도발을 할까요?
우리 국민 가운데 실제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처럼 한국인들은 김정은보다 류현진의 미 메이저리그 데뷔에 더 관심이 가는지도 모릅니다.
국내에 긴급 파견된 외신 기자들이 놀랄 정도로 우리 국민은 전쟁에 대한 공포를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안보 불감증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는 북한의 광기에 익숙한 듯합니다.
그래도 최근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느는 것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사재기까지는 아니지만, 최근 쌀과 라면 등 생필품 판매가 지난해보다 20~30% 늘었다고 합니다.
글로벌 증시 훈풍에도 국내 주가는 지난주 내내 떨어졌습니다.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을 내다 팔고 있고, GM 회장은 한국 내 근로자들의 철수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는 아니라고 해도, 바깥에서는 한국에서 곧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불안해하는 듯 보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하면 할수록 '설마'하던 우리 국민도 '혹시'로 바뀔 수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북한이 노리는 게 바로 이런 불안감의 확산일지 모릅니다.
김 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김 행 / 청와대 대변인
-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은 매일 언론에 헤드라인을 장식할 수 있는 내용을 한 건씩 터뜨리고 있다 이른바 헤드라인 전략이다. 이건 국민 여론을 자신들의 중심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 국민 여론을 호도해 안보 불안감을 증폭시키면서 대북정책에 전환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의도가 이런 것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그냥 무시 전략으로 나갈까요? 아니면 우리도 강경발언을 통해 북한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줘야 할까요?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의 대처법은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주는 쪽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대통령(4월1일)
- "북한이 도발할 때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초전에 강력히 대응할 것입니다. 군의 존재 이유는 국가와 국민을 위협에서 지키는 것입니다. 군통수권자로서 북한의 돌발적이고 기습적인 도발에 대해 직접 북한과 맞닥뜨리는 군의 판단을 신뢰할 것입니다."
'정치적 고려 없이 초전에 강력히 대응하라'는 지시는 '역대 대통령들과 박근혜 대통령은 다르다.'라는 강경 메시지를 북한에 던져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김관진 국방장관도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인질 사태 시 특공대를 투입해 구출작전을 벌일 것이라는 발언은 북한에 대한 최후통첩과도 같았습니다.
▶ 인터뷰 : 김관진 / 국방장관(4월4일)
- "개성공단 관련은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고, 앞으로 추이 주목하고 있습니ㅏㄷ. 우리 군은 평상시 군사적 지원조치 하고 있지만 최악에는 상정한 대비 계획 가지고 있고 그 이전에 원만히 해결되길 북한에 촉구하는 바 있습니다."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는 우리 군의 존재 이유지만, 북한 영토에 직접 군을 투입하겠다는 발언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는 김 장관이 전면전을 불사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들렸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북한은 김관진 장관에 대해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 사진을 보시죠.
북한 군견이 김관진 국방장관의 허수아비를 물어뜯는 모습입니다.
이 사진은 북한 군인들이 과녁에 김관진 장관의 얼굴 사진을 붙여놓고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입니다.
북한의 이런 광기를 옹호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그러나 국방장관이나 정무적 지위에 있는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에 놀라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고, 외국인들입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격한 발언을 쏟아낸다고 해서 북한이 겁을 먹고 광기 어린 행동을 멈출까요?
북한의 전쟁 위협에 우리 국민이 놀라지 않는 것처럼, 북한 역시 우리 당국의 강경 발언에 그리 겁먹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북한 도발에 대한 대비 태세는 조용히 그리고 철저히 하되, 말은 최소화하는 게 필요한 때라는 전문가들 지적이 많습니다.
북한의 각종 행사가 있는 4월까지는 북한이 연일 전쟁 위협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외국인들이 투자를 회수하지 않게, 우리 당국의 지혜로운 대처를 기대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