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접전을 치르고 대통령에 당선된 박 대통령은 그 치열함만큼이나 갈라진 국민 여론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첫 발걸음을 떼야 했습니다.
그 시작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한 정부조직법 개정문제와 꽉 막힌 인사문제로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김종훈 미래부 장관 후보자가 여론의 포화 속에 자진사퇴하자 박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대국민담화까지 했습니다.
▶ 인터뷰 : 김종훈 /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3월3일)
- "이제 저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던 마음을 접으려 합니다."
▶ 박근혜 / 대통령(3월4일)
-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입니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이후 한만수, 황철주, 김병관 등 낙마자들이 속출했습니다.
인사파동의 영향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 초반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행 대변인을 통해 인사 문제에 대해 사과했지만, '17초 대독 사과'라는 논란만 더 키웠습니다.
▶ 인터뷰 : 김행 / 청와대 대변인(3월30일)
- "새 정부인사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인사검증 체계를 강화하여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태가 더 악화하자 박 대통령은 결국 야당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인사 문제와 관련해 첫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과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문 사태가 발생하고, 여론이 급격히 안좋아지자 대통령은 다시 한번 국민 앞에 섰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5월13일 수석 비서관회의)
- "이번 방미 일정 말미에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관련자들은 누구도 예외 없이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서실 등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관련 수석들도 모두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인사 문제는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보면,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지자한 투표자의 45.4%가, 그리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투표자의 75.7%가 박 대통령의 인사 정책에 대해 '잘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민의 56%가 박 대통령의 인사 정책을 비판한 셈입니다.
인사문제와 불통 논란으로 흔들렸던 국정운영은 대북 문제에서 원칙과 소신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북한이 연일 무력 도발 위협을 높일 때도 박 대통령은 철저한 안보 대비와 함께 '대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을 차단하자, 우리 근로자들을 모두 철수시키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 박근혜 / 대통령(4월19일)
- "물건을 하나라도 더 싣고 나오려고 승용차 지붕에 가득 싸매고 나오는 모습을 전 세계인들이 TV를 통해 봤는데 이제 세계 어느 누가 북한에 투자하려고 하겠습니까."
강경하던 북한이 은근슬쩍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런 꼼수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김정은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5월23일)
- "(김 위원장은) 경제발전과 핵개발을 동시에 병행시키겠다는 새로운 도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를 확인한 북한도 박 대통령의 실명을 처음 거론하며 원색적인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 인터뷰 : 북한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담화(5월27일)
- "박근혜는 최고 존엄을 거론하며 병진노선이 성공할 수 없다는 무엄한 망발을 했다. 모하기 짝이 없는 망발이며 극악한 대결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유신 독재자가 무엇 때문에 총격을 당하여 비명횡사하였는지 돌이켜보라"
지금 남북 관계는 여전히 꽉 막혀 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허용하겠다고 하고, 기업인들도 방북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신념에는 변화가 없는 듯합니다.
북한이 진정 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그들이 내민 손을 잡아주겠다는 겁니다.
기업인들에게는 정부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원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그 흔들림 없는 원칙과 소신에 대해 국민의 58.4%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취임 100일만 놓고 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김대중·김영삼 대통령보다는 낮지만,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보다는 높습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취임 100일이 되는 내일 기자회견이나 기념행사를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아무런 내용도 없이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하기 싫다는 겁니다.
대통령 5년 임기를 인생에 비유하면 100일은 겨우 세 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셈입니다.
세 살 된 아이가 뭘 했다고 자기 자랑을 하겠느냐는 겁니다.
박 대통령에게는 아직 1728일이 남아 있습니다.
100일을 무사히 넘긴 아이가 이제 본격적으로 걷고 뛸 시간이 됐다는 뜻입니다.
그 긴 시간이 어떤 색깔로 그려질지, 또 국민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진짜 이제부터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