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확실한 선긋기에 들어선 것 같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립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를 세 가지만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원전 비리입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11일 국무회의에서 원전 비리는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쌓여온 일이라며, 새 정부에 전가할 문제가 아니라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지난 6월11일)
"과거 정부에서 왜 이런(원전비리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새 정부에서는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이명박 정부가 책임질 일이라는 뜻입니다.
그로부터 검찰은 이명박 정부 내내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지낸 김종신 전 사장을 전격 구속했니다.
박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을까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박 대통령은 야권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 SYNC : 박근혜 / 대통령(6월11일)
- "문제가 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도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에서 해결을 못하고, 이제서야 새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차제에 새정부에서 모든 것을 책임지라하는 것은 난센스적인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과거 민주당이 집권했던 10년 동안 뭘 했느냐는 뜻도 있지만, 이명박 정부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역시 MB 정부와 차별화의 연장선 상에 있다는 말이 나올 법 합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도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정치권에서 국정원 선거개입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고,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자 박 대통령이 한 마디 했습니다.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해서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한다.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하에서 벌어진 국정원 사건에 박 대통령은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개인 비리 혐의로 전격 구속됐습니다.
MB 정부 최고 실세를 과감하게 구속시키는 걸 보면, MB 정부에 대한 정치적 고려는 일절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MB 정부 선긋기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정점에 이릅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사실은 대운하를 위한 것이었다는 충격적인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강한 논평을 내놨습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직접 실명을 써도 좋다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감사결과가 사실이라면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히고 국민을 속인 것이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4대강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꼽는 사업이었습니다.
이 4대강 사업을 부정한다는 것은 곧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과 같습니다.
▶ 인터뷰 : 이명박 / 전 대통령(2009년 12월 30일)
- "4대강은 이미 이 정부의 임기 중에는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고, 물리적 시간적으로도 할 수 없습니다."
야권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새누리당이 야당 주장을 눈 감아 줄 수도 있습니다.
원전비리나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구속과 4대강 감사결과까지.
청와대는 자신들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세간의 눈은 박근혜 정부가 MB 정부와 확실한 선긋기를 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말 MB 정부의 흔적 지우기가 시작된 걸까요?
MB 정부 쪽 사람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감사원과 검찰이 정권 줄서기를 했다는 겁니다.
전·현 정권이 충돌하는 모양새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