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개월이나 됐느냐는 사람들도 있고, 아직 6개월밖에 되지 않았느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나고 보면, 박 대통령에게 지난 6개월은 절대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치열했던 대선에서 51%의 득표율로 정권을 잡았지만, 인사 파동으로 지지율은 41%까지 곤두박질 쳤습니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장차관 후보들의 사퇴가 잇따랐고, 그에 대한 대통령 책임론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침묵했고, 허태열 당시 비서실장은 대변인을 통해 이른바 '17초 대독 사과'를 하는데 그쳤습니다.
당시 영상 보시죠.
▶ 인터뷰 : 윤창중 / 당시 인수위 대변인 (1월29일 김용준 총리 후보 사퇴문 대독)
- "저(김용준 총리 후보)의 부덕의 소치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누를 끼쳐 드려 국무총리 후보자직을 사퇴한다. 이 기회에 언론 기관에 한 가지를 부탁드리고 싶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보도라도 상대방의 인격을 최소한이라도 존중하면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기사로 비판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인사 청문회가 원래 취지대로 운영되기를 소망한다."
▶ 인터뷰 : 김종훈 /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3월3일)
- "이제 저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던 마음을 접으려 합니다."
▶ 박근혜 / 대통령(3월4일)
-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입니다."
▶ 인터뷰 : 김행 / 청와대 대변인(3월30일)
- "새 정부인사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인사검증 체계를 강화하여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박 대통령이 뚝심을 갖고 밀어부쳤지만, 후보자들의 이런 저런 흠결과 민심 악화로 결국 새정부 내각 구성은 한 달 이상 늦춰졌습니다.
40%대까지 떨어졌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회복세를 보인 건 5월 들어섭니다.
그 계기는 바로 북한의 도발 위협이었습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커지면 커질수록, 원칙을 갖고 대응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은 떨어졌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일등 공신이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5월23일)
- "(김 위원장은) 경제발전과 핵개발을 동시에 병행시키겠다는 새로운 도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대형 사고가 터졌습니다.
북한 도발위협이 큰 상황에서 미 워싱턴으로 첫 해외방문을 간 길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상상할 수 없는 성추행에 휘말린 겁니다.
당시 윤창중 전 대변인의 말과 박 대통령의 사과를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윤창중 / 전 청와대 대변인(5월11일)
- "허리를 툭 한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 이렇게 말을 하고 나온 게 전부였다."
- (이 여성이 다음날 새벽 6시 자기 방에 왔을 때) 속옷 차림이었나? 알몸이었나?
속옷 차림이었다."
▶ 박근혜 대통령(5월13일 수석 비서관회의)
- "이번 방미 일정 말미에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관련자들은 누구도 예외 없이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서실 등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관련 수석들도 모두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특히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직접 발탁해 인수위때부터 같이 일해왔던 터라 그 충격과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지지율은 다시 51%로 떨어졌지만, 이번에도 역시 위기에서 박 대통령을 구한 건 역설적이게도 북한이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 중단을 선언하며 우리 측을 압박했지만, 원칙을 확고하게 지킨 박 대통령에게 국민은 다시 신임을 보냈습니다.
특히 한중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대북 공조를 이끌어낸 박 대통령의 성과는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졌습니다.
▶ 인터뷰 : 북한 조평통 성명(7월1일)
- "우리는 박근혜에 대해 지금 마지막 인내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 남조선 당국이 진정으로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을 바란다면 친미사대와 동족대결을 비롯한 부질없는 공허한 놀음에 매달리지 말아야 하며 백해무익한 대결적 언동을 걷어치우고 민족적 입장에 돌아서야 한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
-이렇게 마이크가 고장 났을 때 사람들은 "아니 칭화대가 이공계가 이렇게 강한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칭화대가 이공계가 강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겁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극에 달하고, 한중 정상회담이 끝난 7월 초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63%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안정세로 접어든 건 아닙니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가 열리고, 여의도 정가는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여기에 섣부른 세제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중산층 월급쟁이들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8월12일)
-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나흘 만에 세제 개편안을 거둬들였지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지지율은 54%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박근혜 대통령은 국내 문제에서는 지지율을 까먹고, 대북 문제와 외치에서는 점수를 얻는 것 같습니다.
여야가 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새누리당은 국정의 발목을 잡는 것은 바로 민주당이라 하고 있고, 민주당은 청와대와 여당이 집권세력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8월23일)
- "작년 대선을 부정선거에 비교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 탄생시킨 대한민국 국민을 모독하고 대선 불복 의지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헌정질서를 부인하는 것이다. 정국을 또다시 혼란에 빠뜨리고 국정 발목 잡는 이 사태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분명한 태도 밝혀야 필요한 조치 취해야 한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8월23일)
- "원칙과 신뢰를 대통령 스스로 깬 6개월이다. 국기문란 사건에 침묵하고, 국민에는 물대포로 일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 대통령 되겠다는 약속 져버린 자리에 서민과 중산층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정책만 있다. 국민은 박근혜 정부가 누굴 위한 정부인지 심각하게 묻는다. 여기에 답해야 할 것이다."
여야의 끝없는 정쟁에 박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질 않습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는 야당 요구, 박 대통령이 무슨 상관이냐는 여당 목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6개월 지지율을 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이 그리 높은 건 아닙니다.
80%대에 달한 김영삼 전 대통령, 60%대를 기록한 김대중 전 대통령, 50%대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 40%로 주저앉은 노무현 대통령, 20%대로 최하위를 기록한 이명박 대통령.
아직 6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니, 지금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잘했다, 잘못했다 확정하기는 이릅니다.
오늘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하고 있으니 박 대통령은 다시 점수를 얻을 겁니다.
그러나 야당이 장외투쟁을 선포하고, 9월 정기 국회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으니 내치에서는 또 점수를 잃을 것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패턴이 반복될까요?
박 대통령의 남은 4년 6개월도 이런 식의 반복일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