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녹취록 내용이 일부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사실이라면 가히 충격적입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이석기 의원은 지난 5월 서울 마포구의 한 종교시설에서 열린 모임 등에서 전쟁을 준비하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녹취록 내용을 잠깐 보겠습니다.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 시작된 전쟁은 끝장을 내자 어떻게? 빈손으로?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
"종국적으로 조선 민족으로 표현되는 자주 역량이 힘에 의해서 승리로 가는 국면은 분명하다"
"북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야. 다 상을 받아야 돼. 그런데 우리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이야. 지배 세력한테는 그런거야."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내용입니다.
녹취록 보도 내용을 보면 이석기 의원의 모두 발언이 끝나고 각 그룹별 소모임 토론이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구체적인 유류, 통신 시설 타격 얘기도 나옵니다.
녹취록 보도에 나온 한 참석자의 말입니다.
"80만 원 짜리 장난감총 가스쇼바 개조하면 총으로 쓸 수 있어. 지금은 인터넷에서 무기를 마드는 것들에 대한 기초는 나와 있어요" -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평택에 있는 유조창...벽돌로 시멘트로 그래서 그것이 총알로 뚫을 문제는 아니거든요"
정말 국정원이 밝힌 대로 이석기 의원과 그 세력들은 내란 음모를 꾸몄던 걸까요?
이 언론들이 어떻게 국정원이 갖고 있다는 녹취록을 확보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석기 의원과 그 세력을 감싸는 일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은 녹취록이 날조된 것이라며 내용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어제 이석기 의원이 한 말입니다.
어제 국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석기 의원의 말입니다.
(기자) ▲내란음모혐의 적용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석기) - 황당하다. 한마디로 국정원의 날조·조작사건이라고 본다.
▲총기를 준비했다는 얘기는.
- 더욱 기가막히고 어이없는 일이다.
▲그럼 주요시설 공격은 어떻게 생각하나.
- 상상속의 소설. 국정원의 상상속에 나온게 아닌가
▲국정원에서 확보했다는 녹취록은 어떻게 생각하나.
- 사실과 다르다.
▲어떤 부분이 사실이 아닌가.
- 사살, 실탄지시, 총기 그런 말이 언론에 나오는데 전혀 사실 아니다. 철저한 모략극이고 날조극이다.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은 이 녹취록 자체도 국정원이 만들어낸 조작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요? 거짓일까요?
수원지검 공안부는 이 녹취록 내용을 바탕으로 이석기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내란 음모 혐의로 현역 국회의원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법원은 곧 국회에 체포동의요구서를 보낼 예정이고, 국회는 9월 첫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는 방침입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
-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면 당연히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여당과 야당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알려진 게 사실이라면 이 의원을 포함해 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들이 국가의 안위를 위태롭게 한 것이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 "내란음모 사건이 있고 나서 민주당이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민주당의 입장은 분명하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과 최근의 내란음모 사건은 별개의 것으로 처리할 것이다."
김한길 대표가 국정원 선거개입과 이번 내란음모 사건을 별개 처리한다는 것은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에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현역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2/3 찬성으로 이뤄집니다.
여야가 딱히 반대하고 있지 않으니, 추석 전 이석기 의원의 체포 동의안은 처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에 앞서 이석기 의원 스스로 떳떳하게 국정원과 검찰 조사에 응하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정도 혐의까지 나왔다면, 또 당사자는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녹취록 내용까지 언론에 공개가 됐다면 더 이상 법적 절차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내용이 다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면, 어째서 사실이 아닌지, 그날 모임은 어떤 성격이었는지, 그 구성원들은 누구인지 지금이라도 공개하면 될 일입니다.
또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알리바이를 대고 해명을 하면 될 일입니다.
무조건 '날조됐다', '용공탄압이다', '유신시대의 부활이다'라고만 외쳐서 될 일이 아닙니다.
그런다고 해서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의 말을 믿는 국민이 과연 있을까요?
'사실과 증거'를 스스로 밝혀야 합니다.
만에 하나 조금이라도 국정원 얘기와 녹취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처리되기 전에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법의 처벌을 받는 게 마땅합니다.
국정원과 검찰 역시
일부 언론에 녹취록을 슬쩍 흘리는 방식은 더 큰 오해를 부를 수 있습니다.
언제쯤 정치권의 이 거대한 후폭풍이 걷힐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