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우리의 관심사는 세 사람에 집중됐습니다.
이석기, 전두환, 윤창중.
아마 올 들어 언론에 가장 많이 회자된 사람들일 겁니다.
혹자는 우리 언론이나 국민성을 폄하해 '냄비근성'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이들은 그 비아냥이 틀린 것임을 입증했습니다.
'냄비 근성'이 틀렸다는 말이기도 하고, 동시에 이들이 가진 휘발성이 너무 강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휘발성의 근원 가운데 하나가 어쩌면 '버티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버티면 버틸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지속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수원 구치소에 수감돼 국정원 조사를 받고 있는 이석기 의원은 묵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이원은 구치소 수감 전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녹취>: 이석기 / 통합진보당 의원
- "이 도둑놈들아! 내란음모사건은 조작이다. 이런 폭력적인…"
모든 게 국정원 조작이고, 날조라면서 이 의원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 하지 않는 걸까요?
모든 걸 법정에서 가리겠다는 심산일까요?
이 의원이 침묵하는 사이 언론에서는 국정원과 검찰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런저런 보도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미 구속된 홍순석, 이상호 씨가 이메일과 공중전화로 미국에 있는 재미교포와 연락하고, 이 재미교포는 중국 사업가로 위장한 북한 공작원과 연락했다는 조직도도 나왔습니다.
물론 홍순석, 이상호 씨 뒤에는 이석기 의원이 있고 말입니다.
국정원은 북한 연계성이 확실한 만큼 이른바 '여적죄' 적용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일찍이 들어본 적 없는 죄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여적죄는 북한을 적국으로 인정해야 가능한 죄인 만큼, 북한 반응도 격합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TV (6일)
- "이번 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결부시켜보려고 하는 것은 우리의 대화 평화노력과 북남관계 개선의지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고, 용납 못 할 도발이다."
어쨌거나 이석기 의원에 대해서는 내란음모죄와 국가보안법 위반, 여적죄까지 적용할 것이라는 말이 들리지만, 이 의원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자신감의 발로인지, 아니면 법리적 유불리를계산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이석기 버티기의 다른 한쪽에서는 전두환 버티기가 있습니다.
국민의 관심이 이석기 사태에 쏠린 것을 염두에 둔 것인지, 전두환 전 대통령 쪽에서 추징금을 자진 납부할 것이라는 얘기가 지난주부터 돌았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고, 납부액을 놓고 검찰과 흥정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메신저 역할을 하는 전재용 씨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전재용 /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지난 4일)
- "(오산 땅 거래 과정에서 세금 탈루 혐의 인정하십니까?) 먼저 여러 가지로 심려 끼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쪽에서는 압류 재산을 모두 팔아도 시세가 떨어진데다 양도세도 내야 하니 고민이고, 공매를 해도 제값 받기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쉽게 말하면, 사정상 추징금 1,672억 모두를 내기는 어려우니 좀 깎아달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검찰이 이들의 사정을 들어줄 필요는 없겠죠.
검찰은 돈을 더 내라고 압박하고 있으니,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추석 전 자진 납부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의 버티기가 18년 만에 끝날지 관심입니다.
한동안 뜸했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버티기도 다시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미 연방검찰이 이달 중 기소의견을 내고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윤창중 / 전 청와대 대변인(5월11일)
- "허리를 툭 한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 이렇게 말을 하고 나온 게 전부였다."
- (이 여성이 다음날 새벽 6시 자기 방에 왔을 때) 속옷 차림이었나? 알몸이었나?
속옷 차림이었다."
일단 워싱턴 쪽에서는 윤 전 대변인에게 '경범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경범죄는 6개월 이하의 자유형에 해당돼 현재 한국에 있는 윤 전 대변인의 신병인도를 추진할 수 있는 한미 범죄인인도조약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윤 전 대변인이 미국으로 건너가 스스로 워싱턴 경찰에 출두하지 않은 이상 수사가 진전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되면 기소 중지가 될 가능성이 크겠죠.
더욱이 미국 경범죄의 공소시효는 사건발생일(5월7일)부터 3년에 불과해 2016년 5월7일이 되면 사건은 자동 종료됩니다.
이때까지 윤 전 대변인이 한국에서 버티기로 일관하면 사건은 흐지부지 끝나게 됩니다.
물론 국민은 윤 전 대변인이 스스로 미국에 건너가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이 그런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석기, 전두환, 윤창중
이들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따갑습니다.
잘못의 여부를 떠나 버티기로 일관하는 모습이 더 국민을 실망케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버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