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다시 재도전해 끝내 대통령이 되는 사람들이 있고, 이회창, 이인제 전 후보처럼 끝내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 있습니다.
대선 문턱에서 주저 앉은 사람들의 운명도 패자들의 운명과 마찬가지입니다.
지지율 50%를 넘나들었던 박찬종 변호사와 문국현 후보의 신드롬은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신드롬과 견줄만 했지만, 지금 두 분은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던 문재인 의원, 그리고 대선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안철수 의원.
이 두 사람은 어떤 운명의 길을 걸을까요?
먼저 문재인 의원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아 보입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으록 실종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문재인 민주당 의원에 대해 지난 2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최대한 일찍 나와달라는 뜻을 전했다는 겁니다.
문 의원은 오늘 "소환에 당당히 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르면 내일이나 모레 검찰에 출석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로서는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 기록물 이관의 총책임을 졌던 문 의원의 소환은 불가피했을 것 같습니다.
회의록이 왜 국가기록원에 넘어가지 않았는지, 고의로 누락된 것인지, 문 의원은 이를 알고 있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겠죠.
그런데, 국가기록원에 있는 회의록 원본을 보자고 먼저 제안한 사람이 문 의원이니, 문 의원이 누락을 지시했거나, 누락된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적어도 문 의원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검찰은 어떻게 문 의원이 거짓말을 했는지 아닌지 확인할까요?
참고인 신분이긴 하지만, 소환을 통보한 것을 보면 어떤 물증이나 정황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뜻일까요?
혹시 거짓말 탐지기라도 쓸까요?
참고인 신분이지만, 야당의 대선후보를 소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치 정치적 보복으로 비쳐질 수 있으니까요.
민주당 내에는 이런 의심스러운 시각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 인터뷰 :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오늘)
- "문재인 의원이 진작 출석하겠다고 했는데 왜 이제 부르는 것인지, 국감이 끝난 직후에 종합질의 진행되는 와중에, 검찰총장 인사청문회가있는 시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으로 국내에 없는 시기에, 문재인 후보를 딱 맞춰서 부르는 것 자체가 시기가 공작적이다."
문재인 의원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문 의원은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과 관련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여권이나 청와대 입장에서 보면 대선 불복 세력과 반정부 세력의 선봉에 문 의원이 선 듯 보일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문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10월 23일)
- "지난 대선이 불공정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문제를 회피하고 덮고 이렇게 하려고 하는 바람에 문제가 더 커지고 있고….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10월 26일)
- "저는 다 말씀드렸고, 이제는 대통령께서 답하실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야당의 지난 대선 후보의 모습은 여권으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을 것입니다.
검찰의 소환이 자꾸 정치적 해석을 낳는 건 소환 대상이 문재인 의원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문 의원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대선 문턱에서 미끄러졌던 안철수 의원의 운명도 자못 궁금해집니다.
안 의원은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신당 창당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잠깐 들어볼까요?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의원
- "지난 대선 과정의 일들은 특별검사의 수사에 맡기고, 정치는 산적한 국가적 과제와 '삶의 정치'에 집중 할 것을 제안한다. 신당 창당은 다음 기회에 밝히겠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말인가요?
갑자기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 다들 주목했는데 뜬금없이 국정원 선거개입은 특검에 맡기자니요?
주말 내내 신당 창당얘기가 언론에 오른 내린 터라 국민과 기자들은 안 의원의 입에서 신당 얘기가 나올 줄 기대하고 있었는데, 정작 그 얘기는 다음에 하겠다니요?
특검 얘기는 그동안 야권에서 숱하게 한 말이 그닥 새로운 내용이 아닙니다.
결국 오늘 안 의원이 한 말 가운데 소위 '알맹이'가 있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던 셈입니다.
마치 지난 대선 당시 대선 출마 결심을 하지 못하고 미적거리고, 지루하고 모호한 화법으로 후보단일화를 늦췄던 그 모습이 재연되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지난 대선 당시 안 의원은 야권 지지자들, 특히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속을 참으로 답답하게 했습니다.
그때 얘기들을 잠깐 볼까요?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지난해 3월27일)
- "만약 내가 정치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그동안 긴장했던 정치한 분들이 다시 옛날로 돌아갈 거지 않느냐. 만약 하겠다고 하면 서로 공격의 대상이지 긍정적 역할은 못하는 거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2012년 10월10일)
- "그럴 바에야 차라리 무소속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양쪽을 설득하며 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지난해 11월18일)
- "단일화에 대해서는 제 모든 것을 걸고 반드시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노원병 무소속 후보(올해 3월29일)
- "선거날 떠난 것은 목도리를 광화문에서 걸어줄 때 이겼다 싶어서 그런건데 결과가 이래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더 허탈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대선 당일 출국한 것은 후회됩니다."
지난 대선에서 모호하고, 애매한 태도로 야권 패배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안철수 의원.
그렇지만 안 의원은 여전히 야권의 대안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 또한 분명합니다.
언제쯤 안 의원은 자신의 분명한 정치 행보를 밝힐까요?
그때까지 그런 안 의원을 야권 지지자들은 기다려줄까요?
어쩌면 지친 지지자들이 떠날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안 의원은 대선 문턱에서 좌절했던 앞선 많은 후보들과 똑같은 길을 가게될 것입니다.
치열했던 지난 대선의 두 패배자는 어떤 운명의 길을 갈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