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 동안 새누리당 의원들이 30분간 35번의 박수를 쳤습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후유증으로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는데도 일부 의원들은 박수를 쳤습니다.
무의식적이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어쨌든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했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
- "어제 대통령 시정연설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향해 또 한번 도약하고 고통받는 민생을 살리고자하는 국정운영 책임자 진정성과 깊은 고뇌가 느껴지는 연설이었다."
▶ 인터뷰 :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
- "시정연설은 진정성이 결여됐다. 시정하겠다는 의지도 없었다. 대통령은 희망 말했지만 국민은 희망 보지 못했다. 국민체감과 동떨어진 자기만의 주장이었다"
여야의 극과 극 반응은 표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그리고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무심한 듯 눈을 감고 박 대통령의 연설을 듣기만 했습니다.
물론 박수도 치지 않았죠.
국회 안의 무거운 분위기는 국회 밖 몸싸움의 전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정 연설이 끝난 뒤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청와대 경호 파견을 나온 경찰관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강 의원이 민주당 집회가 예정된 국회 본관 앞에 청와대 경호차량이 있는 것을 보고, 차를 발로 차면서 사단이 벌어졌습니다.
<현장 녹취>
(너 깡패야?) 제가 왜 깡패예요? 제가 맞았는데 제가 깡패입니까?
아니 남의 차를 찼으면 찼다고 말씀하시지 때리고 그러십니까! (멱살 잡았잖아!) 뭘 멱살을 잡습니까!
자기가 갔다가 잡다가 자기가 부딪친 거지.
▶ 인터뷰 : 홍지만 /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 "민주당 의원들이 '누가 함부로 국회의원을 잡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에 강기정 의원이 자신의 머리로 쳤다고 합니다."
▶ 인터뷰 : 노영민 / 민주당 의원
- "국회의원인지 몰랐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흔들면 목이 흔들리잖아요. 그러다 (강기정 의원) 뒤통수가 이 사람 입에 맞은 거예요 이렇게."
강 의원과 경찰관은 상대방이 먼저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강기정 / 민주당 의원
- "무소불위 차지철(박정희 정부의 경호실장) 같은, 용서할 수 없는 폭력 행위이다"
청와대 경호실도 보도자료를 내고 입술 안쪽을 다친 순경이 10바늘 이상 꿰맸다며 강 의원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안이나 국회 밖이나 언제쯤 이 냉기가 가실까요?
박 대통령은 어제 연설에서 여야가 합의한다면 무엇이든 존중하고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잠깐 들어볼까요?
▶ 박근혜 대통령
- "최근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포함해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국회에서 여야 간에 합의해주신다면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국정원 논란과 회의록 논란과 관련한 특검도 여야가 합의만 한다면 받아들이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야 합의라는 전제 조건을 놓고 해석이 제각각입니다.
박 대통령이 정말 여야 합의를 바라고 한 말인지, 아니면 합의할 리 없다고 보고 한 말인지헷갈린다는 겁니다.
새누리당은 모든 정치 현안을 국회에서 풀어달라는 대통령의 진심이 담겼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특검에 합의할 리 없다는 것을 박 대통령이 알고 그런 말을 했다며 원론적 수준이라고 폄하하고 있습니다.
해석의 차이는 그대로 입장 표명에서 드러났습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는 수용할 수 있지만, 특검은 수용불가라는 입장을 천명했습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국정원 특위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당의 입장을 정하고 원내대표께 정상화를 전제로 한 협상의 모든 권한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하지만 특검은 아무리 봐도 지금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결론냈습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 "진상규명 위한 특검과 재발방지책 마련 특위는 흥정의 대상 아니다. 민주주의는 결코 흥정의 대상일 수 없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끝내 특검 마다하며 진상규명 회피하려한다면 마침내 더 큰 국민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이쯤 되면, 박근혜 대통령 시정연설을 계기로 정국이 좀 풀릴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물거품이 된 것 같습니다.
더 정국이 얼어붙을 것 같습니다.
서로 양보할 수는 없는걸까요?
서민의 살을 에이는 추위가 성큼 다가온 11월의 어느 날, 여의도와 청와대를 휘감는 냉기는 그 추위보다 더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