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오늘 오후 2시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말이 중간수사 결과이지만, 사실상 박관천-조응천 두 양천의 자작극으로 결론을 내릴 셈입니다.
검찰은 박관천 경정이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청와대에서 작성한 17건의 대통령기록물 문건을 박 회장 측근인 전모씨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정윤회 문건'입니다.
박 경정은 조응천 전 비서관의 지시로 문건을 작성했고, 이를 박지만 회장 측에 건넸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 경정이 청와대를 나올 때 여러 문건을 갖고 나와 서울청 정보분실에 옮겨놓았고, 이를 한 모 경위가 임의로 복사해 언론사와 기업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박관천 경정은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박지만 회장뿐 아니라 주요 기업인들의 동향도 파악해 박 회장 측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문건 중에는 "K씨가 박지만, 정윤회 등과 친분을 내세우며 '정윤회를 만나려면 현금으로 7억 원 정도를 들고 가야 한다'라고 한다"는 풍문이 들어있습니다.
또 "정윤회가 박지만 회장을 수시로 욕하며 '2014년초 비서실장을 물러나게끔 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는 등 박 회장을 자극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동향보고서의 내용은 사실인 것도 있고 사실이 아닌 것도 있을 겁니다.
분명한 것은 검찰이 수사한 정윤회 문건의 '십상시 모임'은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찌라시 수준에 불과한 것을 많은 사람들이 사실인 것처럼 믿었다는 말일까요?
▶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 예결위 오찬 모두발언(12월 7일)
- "한 언론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를 한 후에 여러 곳에서 터무니없는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런 일방적인 주장에 흔들리지 마시고,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그 '지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이 나왔을 때 야당은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줬다고 비판했습니다.
검찰 수사결과는 박 대통령의 말과 그대로 맞아떨어졌습니다.
비서관과 경찰관 한명이 찌라시에 불과한 풍문을 모아 가짜 십상시 모임과 정윤회 문건을 만들어 유포했다는 겁니다.
청와대의 예측도 빗나갔습니다.
청와대는 애초 문건 작성과 유포 주동자로 이른바 '7인 모임'을 거론했습니다.
여기에는 박지만 회장의 측근도 포함됐습니다.
정윤회 씨 역시 뭔가 거대한 세력이 있는 것으로 봤습니다.
▶ 인터뷰 : 정윤회 / 12월 10일 검찰 출석 당시
-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또 그 불장난에 춤춘 사람이 누군지 다 밝혀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십상시 모임도, 7인 모임도 없었고, 엄청난 불장난도 없었습니다.
정윤회 씨와 박지만 회장의 권력암투도 없었습니다.
검찰이 밝힌 것이라고는 그저 조응천-박관천 두 사람의 자작극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 수사결과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검찰이 서둘러 수사를 끝냈다는 겁니다.
문건에는 나오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 국세청장 교체설에 대해 실제 그런 움직임이 있었는지는 수사하지 않았습니다.
정윤회 씨 딸과 관련한 문체부 국과장과 교체와 승마협회 사태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정윤회 씨 소유 건물에서 모피 가게를 하던 여주인, 그러니까 박관천 경정에게 정윤회 씨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는 그를 검찰은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궁금한 것은 박관천, 조응천 두 사람은 왜 있지도 않은 사실을 조작해 문건을 만들고 이를 외부로 유출해 박지만-정윤회 갈등설을 부추겼는지 하는 점입니다.
무슨 실익이 있기에 이런 짓을 했을까, 이 부분을 검찰은 밝히지 못했습니다.
베테랑 검사와 경찰 출신이 이 허무맹랑한 불장난을 한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야당은 특검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문희상 /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
- "결국은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선실세 국정농단은 찌라시이고 이것이 유출된 것은 국기문란이라는 것이다. 비선실세 국정농단은 결국 특검에서 밝혀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이쯤에서 이 사건이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단 검찰 수사 결과와 그에 따른 여론 동향을 보고 추후 방침을 정하려 하는 듯합니다.
오늘 아침 이완구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
- "발표 이전부터 국정조사, 특검 운운하는 것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는 일이다. 주장은 사실의 토대 위에서 나와야 된다. 사실에 근거해 주장을 해야 싸움이 안 된다."
을미년 새해 벽두부터 여야는 다시 샅바 싸움을 시작하려는 듯 보입니다.
정윤회 문건이 정치적 쟁점으로 시끄러워지면 사람들은 또 염증을 느끼고, 그만 싸우라 할 겁니다.
차라리 그냥 덮자고 하는 사람이 많아질지
우리는 늘 이런 식으로 많은 것을 덮어왔습니다.
속 시원하게 뭔가 밝혀진 것은 없고, 각종 설과 음모론만 난무하는 것을 숱하게 보아왔습니다.
한바탕 놀았는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