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35%까지 떨어진 국정수행 지지율은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일주일 전 대비 3.8%P 하락한 39.4%(매우 잘함 12.0%, 잘하는 편 27.4%)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저입니다.
지역별로는 대전·충청·세종에서 11.8%p(긍정 35.8% vs 부정 55.7%), 서울에서 9.7%p(32.4% vs 55.4%), 부산·경남·울산에서 7%p(44.7% vs 47.9%)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대구 경북의 지지율 하락폭이 컸는데,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부산 경남 울산지역의 지지율 하락폭이 눈에 띕니다.
박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지역에서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에서 6.2%p(긍정 65.5% vs 부정 25.6%), 40대에서 6.0%p(29.8% vs 64.4%), 20대에서 5.9%p(23.7% vs 64.3%), 50대에서 2.8%p(52.5% vs 40.2%) 하락했습니다.
역시 전통적 지지세력인 60대의 지지율 하락 폭이 가장 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2015년 1월 12일~16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전화(ARS) 방식, 무선전화(50%)와 유선전화(50%) 병행 RDD 방법, 응답률 전화면접 방식 17.8%, 자동응답방식은 5.6%, 표본오차 95%±2.0%p)
지지율이야 오르고 내리는 거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금의 이런 특징들은 청와대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친박계 전 현직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보죠
"심상치 않다. 여론조사란 것이 떨어졌다가 올라갈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지지층에서 본격적으로 빠졌기 때문에 예사롭지 않게 생각해야 한다."(안홍준 의원)
"지역구에 내려가면 왜 이렇게 우유부단하신지 모르겠다. 청와대에 가시더니 달라졌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노철래 의원)
"여론이 나쁘다고 참모를 바꿔선 안 된다는 말씀은 지도자다운 얘기지만, 여론은 대통령 생각과 달리 흐르고 있다"(정갑윤 국회 부의장)
"청와대에는 민심 흐름을 잘 알고, 직언할 수 있는 사람을 앉혀 보좌하도록 해야 한다"(김용갑 전 의원)
"청와대 참모진은 대통령이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레 체념하는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홍사덕 민화협 상임의장)
측근들의 말은 한결같이 과감한 인적쇄신을 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겁니다.
박 대통령이 이런 측근들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청와대는 아마도 박 대통령이 대안으로 제시한 특보단을 돌파구로 삼으려 하는 듯 보입니다.
특보단장에 서청원 최고위원을 앉혀 대통령에 직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현직 최고위원을, 그것도 김무성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서 최고위원을 특보단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입니다.
서 최고위원이 특보단장이 될 경우, 새누리당의 힘의 균형은 급격히 서 최고위원으로 쏠리고 김무성 대표의 힘은 급격히 약화할 수 있습니다.
청와대 김기춘 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의 역할도 모호해질 수 있습니다.
그 위상을 생각한다면 서 최고위원이 이끄는 특보단이 옥상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의 세기는 권력자와 얼마나 가까운 지에 따라 정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당사자인 서 최고위원은 몸을 낮추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서청원 / 새누리당 최고위원(오늘)
- "서청원, 특보 제의받은 적 없고. (제의받으면) 할 생각 없다. 특보가 역할 잘하면 박근혜 정부 지지율 35% 떨어지고, 3기 출범 얼마 안남았는데 국정 운영에 동력될 거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는 침묵을 지키며 민생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당·청 갈등이나, 친박과 갈등의 한 중심에서 회자하기를 피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피한다고 당·청 갈등이나 친박과 갈등이 덮어지는 건 아닙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여당의 내분이 이렇게 큰데도 사람들은 야권에는 도통 눈길을 돌리지 않고 있습니다.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문재인, 박지원, 이인용 후보가 열심히 뛰고 있지만,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17일)
-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 정면으로 승부하겠습니다. 거기에 호남이 함께해주시겠습니까?"
▶ 인터뷰 : 박지원 /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
- "열심히 해서 광주·목포에서는 92%, 우리 호남에서 90%를 몰표를 줬지만, 문재인 후보는 패배했습니다. 심지어 자기 고향에서도 패배했기 때문에…."
▶ 인터뷰 : 이인영 /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
- "김대중의 시대에는 친노와 비노가 없었고 영남과 호남이 따로 없었습니다."
후보들이 격한 설전을 벌이고, 당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왜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걸까요?
사람들은 어쩌면 야당의 전당대회가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여권과 청와대의 실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대안이 야권 전당대회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야권 지지자들은 당권이 아니라 정권교체와 대권을 되찾아올 사람이 누구인지, 그 전략이 무엇인지를 궁금해합니다.
그 갈증을 풀어주기에는 지금 야당의 전당대회는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