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과 김무성 수첩 배후설 논란, 그리고 연말정산과 어린이집 폭행 사고까지 연일 시끄러운 정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윤회 문건 파동은 허위임이 밝혀졌지만, 사람들은 뭔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느꼈습니다.
여기에 음종환, 이준석의 배후설 진흙탕 싸움까지 더해져 사람들은 피로케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이 모든 것을 일소하고 새로운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믿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증세가 아니라던 연말정산에 30~50대 월급쟁이들과 월급봉투가 얇아질 주부들이 잔뜩 화가 났습니다.
어린이집 폭행사고로 맞벌이하는 30~40대 엄마들이 불안감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취업이 되지 않아 알바로 근근이 버티는 20대 청춘들은 가진 자들의 '갑질'에 치를 떨고 있습니다.
주변의 이런 상황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60대 어르신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 사회가 '우울 모드'에 빠져든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듭니다.
이 모든 것을 대통령의 책임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마땅히 이런 울분과 불만을 표현할 대상을 찾지 못합니다.
정치인과 대통령 외에는 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추락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0~21일 전국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33.2%로 조사됐습니다.
2주째 10%포인트가 떨어졌습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뭔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이 난국을 뚫고 나가길 바랍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그 출구를 잘 찾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각 부처의 업무보고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청와대가 새로운 카드를 내보일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의 기대를 충족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박 대통령은 소폭 개각과 비서진 소폭 변경을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20일 국무회의)
- "지금 공석으로 있는 해양수산부 장관 등 꼭 필요한 소폭 개각을 통해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청와대 비서진)일부 개편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심기일전해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인사가 능사는 아니지만, 인사를 통해 분위기 전환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당과 정부도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의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책을 놓고 시각차도 점점 벌어집니다.
연말정산 세법 개정이 증세냐 아니냐는 기본적인 철학조차 공유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와 이정현 최고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정현 / 새누리당 최고위원(어제)
- "이게 증세냐는 논란 있는데 그건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 세율 높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증세와는 관련 없다. 조정하다 보니까 세금이 더 걷히게 된 것. 정부가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해 한 게 아니라 형평성 유지하고 어려운 사람에게 혜택을 가게 하는 것으로 하기 때문에 큰틀에서의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어제)
- "세금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국민들 입장에선 이해가 잘 안된다. 정부에서도 9300억 세금 더 들어오는 것이다. 사실상 증세 아니냐 떠나서 이걸 증세로 받아들인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제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은 하루 종일 부산했습니다.
연말정산 보완책 마련과 올해분부터 소급적용할 지를 놓고 옥신각신했습니다.
결국 당정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만들어 올 4월 국회에서 처리하고, 올해 연말정산분까지 소급해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소급적용에 대해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버티던 기획재정부는 '국민 이기는 장사 없다'는 당의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경제부총리(어제)
- "연말정산 문제로 많은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고 또 부담드리게 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
- "이 문제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원점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그런 각오로…."
▶ 인터뷰 : 심재철 / 새누리당 의원
- "탁상행정뿐이었으니 정부는 추락한 신뢰를 앞으로 어떻게 주워담을 것입니까."
정부가 백기를 든 것을 어떤 이는 당청 지지율의 역전에서 찾기도 합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 21일 기준 일간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37.4%를 기록했습니다. (20~21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 전화면접과 자동응답전화 방식. 유·무선 병행 임의번호걸기(RDD),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3.2%로 새누리당 지지율이 4.2%포인트 높습니다.
이런 당청 지지율 역전현상은 지난해 말 정윤회 비선 실세 논란으로 처음 나타나더니 연초 신년 기자회견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수첩 노출 사건, ‘13월의 세금폭탄’ 논란으로 더욱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이 때문에 '수직'적인 당청 관계가 '수평'적인 관계로 바뀌었고, 급기야 당의 소위 말발이 더 세졌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이런 당청 관계의 지지율 역전 때문에 정부가 연말정산 소급 입법에서 밀린 것일까요?
어쨌든 지금 청와대와 당은
헛발질을 줄이고, 민생 챙기기와 생활밀착형 이슈로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순식간이지만, 올리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여권은 긴 호흡을 갖고 민생을 챙겨야 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