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 사의 표명에 박 대통령 "매우 안타깝다" 사실상 사의 수용
↑ 이완구 총리 사의 표명/사진=MBN |
페루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국무총리의 사의에 대해 보고받았다.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론분열과 경제 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서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 내 주기 바라고 지금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한 만큼 국회에서도 민생처리에 협조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전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 총리 거취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내각과 비서실에게 안정적인 국정관리를 당부한 것으로 보아 이 총리의 사의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정치개혁의 차원의 검찰 수사를 당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명은 물론 여야를 막론한 철저한 전(全) 방위 수사를 강조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앞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9일 사망하기 전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인 2013년 4월 4일 부여·청양지역에 출마한 이 총리의 캠프를 직접 찾아 3천만원을 전달했다고 밝혔고, 이 총리는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부인해왔습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리스트 인물 8인 가운데 첫 번째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이 불거질 당시 법조계나 정치권에서는 리스트 인사 가운데 '검찰 수사 1호'로 이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꼽는 분위기였습니다.
두 인사는 리스트에 실명과 수수액이 적시됐을 뿐 아니라 성 전 회장의 언론 인터뷰 녹취록을 통해 당시 돈을 주고받은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굳이 한 명을 꼽자면 이 총리보다는 홍 지사가 우선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성 전 회장은 2011년 5∼6월께 측근인 윤모(52) 경남기업 전 부사장을 통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리스트 8인 가운데 유일하게 금품 전달자가 공개된 셈입니다.
공여자와 수수자의 진술이 엇갈리기 쉬운 정치자금법 또는 뇌물 사건의 특성상 배달자는 어느 한 쪽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인이다. 수사팀 입장에서는 진실을 규명하기가 한층 수월해지는 것입니다.
수사팀이 일단 공략하기 쉬운 홍 지사를 지렛대 삼아 이 총리를 포함한 다른 인물들을 압박하면서 수사 범위를 넓혀 갈 것이라는 관측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습니다.
국정 2인자이자 내각 통할권자인 이 총리를 첫 수사 대상으로 삼기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시각도 홍 지사 우선 수사 전망에 힘을 보탰습니다.
하지만 수사팀이 수사에 공식 착수한 13일부터 한 주간 이 총리에 대한 의구심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정치권에서 "이 총리를 우선 수사하라"며 압박을 가한 가운데 이 총리측 전 운전기사인 윤모씨가 '성 전 회장과 이 총리가 재보궐 선거 캠프에서 독대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이 총리 측에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다 이 총리측 인사가 윤씨를 회유하며 유리한 쪽으로 '말맞추기'를 시도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수사팀으로서는 이 총리에 대한 수사를 지체할 명분이 사라진 터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리가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수사팀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게 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총리를 수사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수사팀이 이 총리의 금품수수 의혹을 규명할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 총리는 하루
수사팀이 성 전 회장 차량에 있는 하이패스 단말기, 내비게이션 등을 압수해 당시 성 전 회장의 행적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독대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를 토대로 검찰 수사의 올가미가 옥죄어오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