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지난달 말 숙청돼 처형된 사유는 ‘유일영도 10대 원칙’을 위반한 불경죄로 추정된다고 13일 국가정보원이 밝혔다.
이날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현 무력부장은 김 제1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자주 드러냈다. 지시도 여러 차례 이행하지 않고 게으른 태도를 보였고, 심지어 김 제1위원장이 군인 등을 상대로 연설하는 도중에 졸기까지 했다.
현 무력부장의 조는 모습은 북한 노동신문(4월26일치) 사진에도 담겼다. 이 사진을 보면 현 무력부장은 눈을 내리깔고 있어 조는 것처럼 오해받을 소지가 충분했다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연설하는 데 졸고 있는 것은 (북한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며 “조는 것에 대해서 김정은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졸지 말라”는 김 제1위원장의 공개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회의 등에서 졸음을 참지 못한 최경성 전 특수군단장은 상장에서 소장으로, 김영철 대장도 상장으로 각각 강등된 바 있다.
현 무력부장의 지시 불이행이나 조는 모습 등은 유일영도 10대 원칙의 제3조, 제5조, 제6조를 각각 위반한 중죄(重罪)에 해당해 극형에 처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국정원은 추정했다.
유일영도 10대 원칙의 제3조는 김 제1위원장의 권위를 훼손한 죄, 제5조는 당의 방침과 지시에 대한 집행을 태만히 한 죄, 제6조는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로는 모시는 척 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선 위해함)의 죄다.
우리나라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무력부장이 재판도 거치지 않고, 대공화기인 고사총을 사용해 주민 수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살당한 것은 현 무력부장에 대한 김 제1위원장의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국정원은 “현 무력부장이 김정은 체제의 전복을 시도하는 등 모반의 정황이 포착된 것 같지는 않다”며 “북한 체제에선 모반 가능성이 상존하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는 것은) 어려운 구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유일영도 10대 원칙 위반에 더해 현 무력부장의 러시아 방문과 이번 숙청을 연관짓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현
국정원은 “(현 무력부장의 숙청이 그의 방러와 관련됐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며 “따로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하지 못해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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