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로운 국정 2인자 등장에 대한 기대감은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다.
20일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지 한달째 되는 날이지만 총리 부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 때 하마평만으로도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던 총리직이 이처럼 인기가 하락한 배경에는 현 정부에서 발생한 일련의 총리 관련 사건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우선 누가 총리를 맡아도 그 역할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총리를 ‘일인지하 만인지상’으로 표현하지만 실제 역할은 각 부처의 국정업무를 조정하는 것이 핵심 업무다. 즉 총리가 독자적 과제를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고, 대통령의 대행 정도로 인식되면서 ‘대독(代讀) 총리’로 불리곤 한다. 이런 오래된 평가 속에서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후임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 후 재신임을 받은 것이 총리의 지위를 격하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의견이 많다.
정 전 총리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처음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정부 개혁 요구와 맞물려 박 대통령은 안대희·문창극 전 후보자를 ‘공직사회 개혁과 비정상화의 정상화 등 국가개조의 적임자’라면서 지명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낙마하고 지난해 6월말 정 전 총리가 복귀하는 촌극이 벌어지면서 총리 자리의 중요성마저 희석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의 총리들의 잇따른 낙마도 국민들의 주목도를 떨어뜨리는데 한몫 했다. 박 대통령은 집권 2년3개월만에 여섯번째 총리 후보자를 지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전 5명의 총리 후보자 중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은 사람은 정홍원·이완구 전 총리에 불과하다. 이 전 총리는 지명 당시의 높은 기대와 달리 청문회 기간 동안 재산, 언론관 등의 문제가 지적되면서 어렵게 취임했고, 본인이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지 한달만에 그 칼날에 쓰러져 최단명 총리가 됐다.
이런 흐름은 총리를 ‘희화화’ 하는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이 전 총리가 물러나자 정 전 총리의 재등장을 예측하는 각종 패러디가 난무한 것이 현재 사회적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박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도 영향을 미쳤다. 후임 총리를 고르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전 총리의 후임자로 안 전 후보자가 지명된 것은 26일만이고, 안 전 후보자의 중도하차 후 문 전 후보자를 내정할때까지 14일이 걸렸다. 자연스레 여론의 중심에서 멀어지면서 인사를 통한 반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측면도 있다.
현재 공직사회에서는 박 대통령의 장고로 인해 국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비록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총리 직무대행을 하고 있지만 경제부총리 업무 자체도 많아 총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최 부총리가 국무회의 주재를 제외하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면서 비경제분야가 소흘히 다뤄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임 총리 후보자 관련, 현재 박 대통령의 최종 결심만 남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법조인 출신의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이명재 대통령 민정특보, 조무제 전 대법관이, 정치인 출신의 황우여 사회부총리, 최 경제부총리,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의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린다.
특히 다음달 중순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일정을 고려해서라도 더이상 인선을 미뤄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다. 국회 인사 청문회와 국회 인준동의 등의 절차를 고려할 때 총리 지명부터 임명까지 최소 2주 이상 소요된다. 즉 박 대통령의 미국행 전에 신임 총리가 취임하기 위해서는 이번 주 내에는 후임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19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총리 공백 사태에 대해 “총리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별 차이를 못 느끼다보니 총리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상황이 됐다”고 비판하며 “이번 총리만은 ‘수첩’을 넘어서 국민 통합형 총리로 인선하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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