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호 씨의 추도사를 놓고 여러 시선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건호 씨는 왜 그렇게 격한 추도사를 썼을까요?
아버지 추도식에 찾아온 손님에게 말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사람도 있고, 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문화에서는 아무래도 후자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건호 씨의 얘기를 들어보죠
▶ 인터뷰 : 노건호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장남
- "오늘 이 자리에는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오셨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내리는 빗속에서 정상회의록 일부를 피 토하듯 줄줄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습니다.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로도 모자라 선거에 이기려고 국가 기밀문서를 뜯어서 읊어 대고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로 종북 몰이 해대다가 아무 말 없이 언론에 흘리고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뵙는 것 같습니다."
듣는 사람의 마음이 어떨지, 말을 해도 되는 자리인지 등 주변 상황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은 말투입니다.
작심하고 한 발언일 수도 있고, 치밀하게 계획된 발언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주위나 주변 눈치보지 않고 직설적으로 꺼낸 화법입니다.
어디선가 많이 봤던 화법입니다.
바로 아버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화법입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거침없이 말했습니다.
몇가지 과거 발언을 들어보죠
▶ 인터뷰 : 노무현 / 전 대통령 (2002년 4월6일)
-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 있고, 이런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 인터뷰 : 노무현 / 전 대통령 (2003년 3월9일)
-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이렇게 되면 양보 없는 토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노무현 / 전 대통령 (2006년 12월21일)
- "대한민국 군대들 지금까지 뭐했습니까? 자기들이 직무 유기 아닙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이것 저것 꾸미지 않고 솔직한 속내를 그대로 표출하는 이런 화법은 지지자들을 열광케합니다.
이번 건호 씨의 발언 때도 현장에 모였던 이들 가운데 일부는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런 화법은 금방 적을 만들기도 합니다.
너무 거칠기 때문에 '나는 너의 적이다'라는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극명하게 엇갈렸듯이, 노건호 씨 발언을 놓고도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건호 씨의 화법을 계기로 정치 출마설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건호 씨를 띄우기 위한 배후설과 총선 출마설이 그럴 듯하게 포장돼 떠돌고 있습니다.
사실일까요?
다른 일각에서는 너무 거친 표현을 봤을 때 배후는 없다고 단정하기도 합니다.
배후가 있다면 그렇게 거칠게 표현을 하지는 않았을것이라는 추론입니다.
무엇이 됐든 건호 씨는 며칠이지만 정치의 중심에 섰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당장 건호 씨의 현실 정치에 등장하기는 무리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선명성을 위해, 지지자들을 모으기 위해 호불호를 분명히 하는 것은 좋지마, 결국 적을 만드는 행위는 자멸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건호 씨가 조금 더 수양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건호 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사가 자신의 뜻대로 되나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했을 때가 43살입니다.
지금 건호 씨의 나이가 43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집권 여당 대표에게 면전에서 그렇게 거친 말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주변에서는 건호 씨를 정치인으로 탈바꿈 시키고자 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아버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이 될 수는 없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이점을 안고 정치를 한 것이 아니라, 불리한 여건에 무모하게 도전함으로써 그 자리에 오른 것입니다.
분열의 근원인 지역주의를 깨기 위한 도전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습니다.
건호 씨가 적어도 정치인으로 크려면, 사회 보편적인 정치적 가치, 즉 통합과 상생, 배려의 정
직설 화법은 그 뒤의 문제입니다.
그러지 않고 처음부터 분열과 갈등의 정치구조에 업힌다면 결코 아버지와 같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