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이르면 25일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25일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재의 여부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4일 “위헌성이 분명한 법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대통령에게 주어진 입법부 견제 권한을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회법은)대통령의 손발을 묶고 정부 정책을 국회가 컨트롤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여당 친박계 핵심 인사들도 힘을 보탰다. 청와대 정무특보인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방송에서 “개정안은 국회가 시행령을 강제로 조정하겠다는 발상을 지닌 것이기 때문에 명백히 위헌”이라며 “헌법의 수호자인 대통령이 당연히 시정을 요구해야 하며 거부권 행사는 책무”라고 주장했다.
다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한복판에서 청와대가 입법부와 갈등을 야기할 것이 뻔한 거부권 행사를 강행하려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막판 변수다.
청와대와 정부가 ‘메르스 퇴치’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운 것과 배치되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30일 열릴 국무회의로 최종 결정을 미룰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정치적 역풍을 의식한 듯 여당 친박계를 중심으로 비등했던 유승민 원내대표 퇴진론도 잠시 잦아드는 분위기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이 유 원내대표 책임론에 대해 묻자 “제가 말씀 안드리는게 온당한 것 같다”며 “(거부권이 행사되면)그 이후에 당에서 여러가지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윤상현 정무특보 역시 “거부권 행사 이후에 구체적인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고, 청와대 관계자도 “어디까지나 여당 의원들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며 거리를 뒀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이의서’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국무회의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가 향후 당청관계를 좌우할 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도파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결국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시 내놓는 메시지가 원내대표 교체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김무성 대표가 몸을 낮추는 것은 유 원내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지도부 책임론에 무게를 싣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다면 유 원내대표가 재신임 절차를 밟거나 자진 사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반대로 어느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식의 메시지를 던진다면 김 대표가 ‘흑기사’ 역할을 하면서 유 원내대표를 보호할 것이란 전망이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충돌을 막기 위한 제안은 막판까지 제시됐다.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거부권 행사에 따른 충돌을 피하는 방법으로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가처분 신청을 통해 선고 전까지 국회법 개정안의 효력을 정지시킬 것을 제안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대통령의 재의 요구시 본회의 직권 상정 여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때는 이의서가 따라오는데, 그 이의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의결 정족수가)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찬성)인 만큼, 만약 여당이 당론으로 본회의를 열어도 안
이어 정 의장은 “(청와대가)받아들이는 대신에 헌재에 제소하는 방법도 있지 않겠느냐”면서 “(청와대로부터)들은 말은 없지만,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안 할 것 같다”고 ‘희망’을 담은 발언을 던졌다.
[신헌철 기자 /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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