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꼬일 대로 꼬인 당청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면서 자신을 지목해 불만을 여과 없이 표출, 사실상 사퇴를 압박한 데 대해 “대통령께 죄송하다”는 사과로 물러섰지만 여전히 상황이 일단락됐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일단 당분간 바짝 몸을 낮추면서 여권의 내분 사태를 수습하려는 행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복수의 핵심 당직자들은 26일 전했다.
실제로 그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우리 박근혜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대통령께서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해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비판에 대해 하루만에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즉각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 셈이다.
유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도 저희에게 마음을 푸시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한다”며 ‘용서’를 간청하기도 했다.
전날도 박 대통령에게 “송구하다”고 말했지만 사과 발언의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전날 비공개 의원총회 말미에 “청와대 식구들과 함께 당청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한국 외교의 전략 부재를 비판하며 “청와대 얼라(어린아이의 사투리)들”이라고 비판했던 것과 비교할 때 큰 변화라는 것이다. ‘얼라’라는 표현이 ‘식구’로 바뀐 것이다.
이런 태도변화로 미뤄 유 원내대표는 당분간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 ‘겸손 모드’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입장 표명을 삼가는 등 언행을 조심할 것으로 보인다.
언행에서 빚어지는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고 숙고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매주 금요일 개최하던 회의도 취소했다.
이런 일련의 행보는 전날 김무성 대표가 의총 말미에 유 원내대표에게 “박 대통령에게 오해를 산 부분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권유한 것에 화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내주 초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공개적으로 사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김 대표의 적극적인 중재 속에 조만간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 만한 자리를 갖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대표는 전날 당청 관계에 대해 “소통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서 개선해야 한다”고 했고, 박민식 의원도 SBS라디오에 출연, “인내심을 갖고 소통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수위를 볼 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관계가 멀어졌다는 관측이 대
또 그동안 쌓인 당청간의 근본적인 오해와 불신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제스처로 해묵은 앙금이 쉽게 풀리고 ‘당청관계 복원’으로 이어질지 향후 흐름을 두고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