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질병관리본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탄저균 국내 반입 경위 등과 관련해 정보 공개를 청구한 결과 정부가 미군 측으로부터 탄저균 반입에 대한 어떤 정보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29일 밝혔다.
지난달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은 미국에서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이 오산 주한미군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에 실수로 배달됐으며, ITRP에서 배양 실험을 하다 실험요원 22명이 노출됐지만 감염되지는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민변에 보낸 ‘정보공개 결정 통지서’에서 오산 미 공군기지 내 탄저균 반입과 관련해 “(주한미군이) 복지부 장관의 허가를 신청한 바 없고, 복지부 장관이 이를 허가한 바도 없다”고 답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22조는 감염병의 진단 및 학술 연구 등을 목적으로 탄저균 같은 고위험 병원체를 국내로 반입하려면 복지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질본은 또 탄저균이 법률에 규정된 대로 안전관리 기준에 맞게 관리·폐기됐는지에 대해서는 “폐기와 관련된 보고서는 없으나 주한미군 측으로부터 폐기방법 등이 기재된 폐기확인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질본은 확인서는 개인정보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산업부도 ‘정보공개서’에서 “(탄저균 배달에 관한) 이번 사고와 관련해 미군으로부터 제조, 수입, 보유량 신고 등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화학무기·생물무기의 금지와 특정화학물질·생물작용제 등의 제조·수출입 규제 등에 관한 법률’은 탄저균 같은 생물작용제 등을 보유하려면 그 양과 경위 등을, 제조하려면 제조 목적과 제조량 등을, 폐기하려면 종류와 수량 등을 산업부에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탄저균 배달사고를 통해 존재가 처음 확인된 ITRP에서 미군이 어떤 목적으로 얼마 만큼의 탄저균을 가지고 실험했는지 등에 대해 우리 정부가 전혀 알지 못하고 관리도 할 수 없었음을 뜻한다고 민변은 밝혔다.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하주희 변호사는 “주한미군 주둔군지위협정(SOFA)에도 접수국 법령을 존중하게 돼 있고 SOFA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당연히 국내법을 따라야 한다”며 “미군이 탄저균을 한국으로 들여오면서 한국의 법을 따르지 않은 것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미군의 탄저균 한국 반입이 양국이 비준한 국제 생물무기금지협약(BWC)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BW
한편, 녹색연합과 민변 등은 지난 22일 8천700명의 시민고발단 명의로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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