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김태호 최고위원)
“마음대로 해.”(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가)사퇴할 분명한 이유가 있어요. 당을 이렇게 어렵게 만드는데.”(김 최고위원)
“애XX들도 아니고 그만해.”(김학용 대표 비서실장)
“무슨 이런 회의가 있어.”(김 최고위원)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극심한 내분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의 2일 최고위원회의는 결국 고성과 욕설이 오간 끝에 난장판이 돼버렸다. 오전 9시에 회의를 시작한지 35분 만에 김 대표는 격앙된 표정으로 회의 중단을 선언하고 퇴장해버렸다. ‘막장 드라마’를 찍고 있는 새누리당의 현 주소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등은 당 내홍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태호 최고위원이 나서 “개인의 자존심, 명예, 권력의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정권의 안정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유 원내대표 사퇴를 다시 요구했다. ‘권력의지’란 표현으로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은 이유를 빗댄 발언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낸 친이계 출신지만 지금은 ‘유승민 저격수’를 자임하고 있다.
그러자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나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갖고 긴급최고위원회의를 한지 사흘 밖에 안됐다”며 “일주일이 지났는가, 열흘이 지났는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맞받았다. 원 의장은 지난 2월 유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에 당선된 비박계 4선 의원이다. 이에 김 최고위원이 다시 나서며 발언 기회를 요구하자 김 대표가 “그만하라”며 버럭 폭발했다. 불과 두 달전 4·29 재보궐 선거 승리로 김 최고위원이 자청해 김 대표를 등에 업던 장면이 오버랩됐다.
유 원내대표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아무 말없이 김 대표를 따라나섰고,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난감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특히 김학용 대표 비서실장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회의장을 나가며 “김태호, 저 개XX”라고 욕설을 했다. 김 실장은 차를 타러 나가면서 “태호야, 너무 하잖아”라고 했고, 김 최고위원은 “조용히 안해”라며 소리를 질렀다. 김 실장이 “너를 위해서 내가 그랬던거 아니야”라고 말했지만 김 최고위원은 차에 올라타버렸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와 만나 “지금 당을 파국으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다루듯이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두고 (결정)해주길 바라는 마음이고, 유 원내대표도 그런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못참고 연일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면서 “한번 발언했으면 됐지, 중복 삼복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예의에 벗어난 일이다. 당 지도부 정도 되면... 에휴, 더 말 안하겠다”고 김 최고위원을 힐난했다.
유 원내대표 거취를 놓고 친박·비박이 ‘치킨 게임’ 양상을 보이면서 여당의 내분은 끝을 예측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져들었다. 당 화합이 이제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도 거취에 대해 침묵한 채 “추가경정예산안을 20일까지 처리하겠다”며 업무 의지를 보였다.
아울러 이달 4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도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 소속 의원들에게 인터뷰 금지령에 이어 회의 비공개까지 요청했으나 ‘볼륨’이 되레 더 커지면서 영이 서지 않는 상태다.
아울러 당 내홍이 격화되면서 의석수 160석의 집권 여당은 사실상 정상적 당무가 불가능한 아노미 상태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총선 진용을 짜도록 지난 달 당직자들이 사표까지 냈지만 당직 인선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정책위원회도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총선정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올스톱이다.
당정 협의나 국회 법안심사 등도 악영향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은 이번 사태
[신헌철 기자 / 오신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