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새 대표에 심상정…수락연설 "갑의 횡포에 짓눌리는 을들의 눈물은 사라져야"
정의당 새 대표에 심상정
↑ 정의당 새 대표에 심상정/사진=심상정 홈페이지 |
정의당 새 대표로 심상정 전 원내대표가 선출된 가운데, 그의 당 대표 수락연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심상정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당 대표 수락연설입니다. "오늘이 고단하고 내일이 불안한 시민들에게 달려가겠습니다"라며 "감히 말씀드립니다. 여기 정의당이 있습니다. 이제 정의당이 있습니다"라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당 대표 수락연설 전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정의당 신임 대표 심상정입니다.
부족한 저를 당대표로 선택해주신 당원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밖에서 지켜보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국민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번 역동적인 선거과정이 말하듯이 이번 선거는 당원의 힘입니다.
저 심상정의 당선은 정의당 당원들의 승리입니다.
승리하는 정의당에 대한 우리 모두의 약속입니다.
아름다운 경선을 위해 함께 고생하신 노회찬 후보, 노항래 후보, 조성주 후님들께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성숙한 경선이 될 수 있도록 주춧돌을 놓아준 천호선 대표를 비롯한 2기 집행부께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정의당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상서로운 조짐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공직출마 예정자들이 경쟁적으로 당겨 온 종이당원이 아니라, 자발적인 당원 가입과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당 대표를 시한부 생명이나 파리 목숨에 빗대는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천호선 대표는 2년 임기를 채웠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 모두로부터 박수 받고 떠납니다.막후의 계파 정치는 찾아볼 수 없으며 오로지 후보자의 정견과 능력에 대해 평가가 이뤄졌습니다. 정의당의 역동적인 변화에 저도 놀라고, 당원들도 놀랐습니다. 관심 갖고 지켜봐주신 시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당원들의 지혜와 열정에 힘입어 더 크고 강한 정당으로 도약을 시작했습니다. 선거는 그 과정에서 아름다웠고, 결과는 드라마틱했습니다.
선거를 한 두번 한 것도 아닌데, 이번 선거는 특별했습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이 든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왠지 자꾸 즐거웠습니다. 경쟁자들이 좀처럼 밉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의 목표가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꿈을 꾸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4명의 후보는 공동의 답안을 함께 써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4명의 후보가, 그리고 전체 당원들이 함께 써내려간 공동의 답안. 그 답안으로 당을 이끌겠습니다.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정의당은 수다하게 명멸하는 여느 정당과 다릅니다. 또 달라야 합니다. 우리 정의당은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간난산고의 수업료를 치루고 만들어졌습니다. 이제 우리 정의당의 사전에 패배와 좌절은 없습니다. 우리 안의 패배주의를 과감히 털어내고 승리하는 정의당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이제 정의당은 생존의 시간을 지나 대약진의 시험대 위에 섰습니다.
명실상부한 진보적 대중정당으로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할 것입니다.
서민과 중산층의 진보, 밥 먹여주는 진보, 민생 진보로서의 노선을 선명히 걷겠습니다. 셰도우 캐비넷을 구축하여 정책정당, 대안 권력으로서의 위상을 분명히 할 것입니다.
땀 흘려 일하는 시민들은 행복해져야 합니다. 좌절하는 청년들은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갑의 횡포에 짓눌리는 을들의 눈물은 사라져야 합니다.
오늘이 고단하고 내일이 불안한 시민들에게 달려가겠습니다.
정의당은 다른 정당들이 당리당략을 위해 만들어 놓은 싸움터가 아니라, 바로 국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민생 현장에서 싸울 것입니다. 거대정당의 오른쪽, 왼쪽을 배회하지 않고 진보민심이 있는 아래로 내려가서 시민과 함께 싸울 것입니다.
확고한 당의 방침으로 진보 재편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겠습니다. 그동안 진보정치의 시행착오과정에서 유보되었던 노동자, 진보 시민들이 대중적 진보정당의 꿈을 함께 일궈갈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고 헌신적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곧 바로 더 큰 진보를 위한 전국 대장정을 시작하겠습니다.
한국정치 혁신이라는 오랫동안 미루어 두었던 진보정치의 소명을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제3기 정의당은 ‘이기는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의회권력 교체, 2017년 정권교체의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승리하는 정의당은 혁신 없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당의 조직과 문화, 담론을 일대 혁신해 한국 정당 조직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입니다.
권한과 책임이 잘서 있는 내면이 단단한 강한 정당, 새로운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실천되고 스스로 학습하고 교정하는 젊은 정당, 시민들이 믿고 받길 수 있는 매력적인 정당을 만들겠습니다. 혁신해서 이기겠습니다. 이기며 혁신하겠습니다.
우리는 거대정당들에게 정치혁신을 위한 제도개혁을 당당히 요구할 것입니다. 시민들의 주권을 왜곡하고 민주정치를 지체시키는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개선을 외면하는 정당은 감히 혁신을 말할 자격이 없음을 분명히 할 것입니다. 선거제도개혁을 위한 야권공조를 추진하고 시민들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강한 정의당으로 정치혁신 주도하고 대한민국 민주정치를 정상화시켜낼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동안 진보정치는 국민들을 너무 기다리게 했습니다. 정말 필요할 때 큰 힘이 되지 못했습니다.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목표로 20년간 수많은 도전과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그 악전고투의 끝자락에 정의당의 깃발로 모여 3년간 절치부심했습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
여기 정의당이 있습니다.
이제 정의당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편 정의당을 이끌어갈 새 대표로 심상정 전 원내대표가 18일 선출됐습니다.
심 신임대표는 13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결선투표에서 3천651표(52.5%)를 득표, 3천308표(47.5%)를 얻은 노회찬 후보를 343표의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박빙'으로 당선됐습니다.
특히 심 대표는 11일 개표된 1차 투표에서는 31.2%를 득표하면서 43%를 얻은 노 후보에게 11.8%포인트 뒤졌으나, 1주일 사이에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으며 역전극을 연출했습니다.
이는 노 후보의 '대중성'보다는 심 대표가 가진 '안정성'에 당원들이 보다 힘을 실어준 결과로 보입니다.
실제로 선거과정에서 심 대표는 진보진영이 위기에 빠진 가운데서도 최근까지 원내대표로 활동하면서 당을 차분하게 이끌어왔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노 후보의 경우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 등을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으로 꼽혔지만, 원외인사라는 점이 결정적 한계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의당 관계자는 "노 후보의 '스타성'에 기대기보다는, 원내의 힘을 바탕으로 내년 총선을 돌파하자는 당원들의 뜻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1차 결선에서 탈락한 조성주 후보와 노항래 후보로 향했던 청년 당원들의 표와 참여계 당원들의 표가 대거 심 대표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조 후보의 경우 청년 당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으며 1차 투표에서 17.1%의 득표를 받았고, 국민참여당 출신인 노항래 후보는 8.7%의 표를 획득한 바 있습니다.
당 관계자는 "두 후보를 지지했던 표가 어디로 향할지는 오리무중이었는데, 예상밖으로 심 대표에게 크게 쏠렸다"며 "그만큼 심 대표 쪽이 조직관리에는 더 강점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진보정당을 대표하는 두 정치인의 '빅매치'로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두 사람은 앞서 2007년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경선에선 권영길 전 대표에 밀려 나란히 2~3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며 '쌍끌이' 주자로서 역할을 해 왔습니다.
2008년에는 민주노동당이 쇄신에 실패하자 둘은 함께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했으며, 2011년에는 다시 진보신당을 떠나 통합진보당 창당에 참여하면서 조승수 전 의원과 함께 '노·심·조'라는 별칭으로 불렸습니다.
2012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사태
노 후보가 '삼성 X-파일 사건'으로 2013년 의원직을 상실하고,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동작을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시는 등 위기를 겪을 때, 심 대표는 원내대표로 활동하는 등 대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