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군 지뢰도발 당시 수색작전에 투입됐던 장병들이 생사의 고비를 넘긴 이후 서로를 걱정하며 피보다도 진한 전우애를 과시했다. 특히 이번 도발로 각각 다리와 발목을 잃은 김정원·하재연 하사는 퇴원 후에도 계속 영원한 ‘군인의 길’을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11일 국방부 관계자는 “김 하사와 하 하사가 완쾌된 이후에도 군인으로 남고 싶다는 희망을 전해왔다”며 “정부는 이들이 군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사처를 통해서 향후 보직 등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들 ‘영웅’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대로 적합한 보직을 부여해 군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할 방침이다.
이중 김 하사는 같은 날 국군수도병원을 방문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작전에 투입됐던) 부대 팀원들이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두 다리를 잃은 자신보다 전우들이 무사한 것에 감사했다. 김 하사는 문 대표에게 “현장에서 모든 GP(소초) 근무원과 후송 의료원들 모두가 최선을 다했는데 그런 것들이 희생되는(묻히는) 것 같다”며 동료들을 먼저 걱정했다.
이들과 함께 사고 당일 DMZ 수색에 나섰던 다른 대원들도 이날 상담치료 등을 위해 방문한 국군 고양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끔찍했던 순간을 담담히 이야기했다. 살이 찢어지고 피가 튀기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다친 동료들을 사지(死地)에서 구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들은 오후에 국군수도병원으로 찾아가 김 하사와 하 하사를 만나 “인원이 필요하다, 빨리 복귀해달라”고 격려하며 뜨거운 형제애를 나눴다.
수색팀장으로 폭발 직후 DMZ 통문 안으로 뛰어들어가 전우들을 구출하는데 앞장섰던 정교성 중사는 “첫번째 폭음을 들었을때 ‘가야만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며“대원들을 소산(흩어져 몸을 숨김)해야 한다는 생각에 ‘적포탄 낙하’라고 외치며 뛰어들었다”고 술회했다. 정 중사는 두번째 지뢰폭발 이후 낮은 포복으로 김 하사를 옮겼을 때를 떠올리며 “손에 피가 너무 많이 묻어서 (김 하사를 끄는) 손이 자꾸 빠졌었다”고 말했다.
정 중사는 “김 하사가 오른쪽 발목이 너덜거리는 고통 속에서도 몸을 옆으로 움직여 역시 같은 장소로 옮겨진 하 하사가 안전하게 피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줬다”고 회상했다. 김 하사는 이 와중에도 자신보다 훨씬 부상이 심한 하 하사에게 “정신 차려라”며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고 정 중사는 말했다.
정 중사는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부상병력을 신속하게 후송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 “우리 팀은 그동안 40여 차례에 이르는 수색·매복 작전을 수행했다. 작전에 투입되기 전에는 수많은 예행연습과 ‘워 게임’을 치른다. 평소 팀원 모두 ‘훈련받은 대로’ 움직였을 뿐”이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오는 9월 작전팀장 임무수행 이전에 지형지물을 익히기 위해 이번 수색에 동행했던 문시준 소위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적 GP를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며 “우리가 고통을 느낀 만
작전에서 K3 기관총 사수 겸 의무병으로 투입됐던 박준호 상병은 “내일이라도 부대로 돌아가고 싶다”며 “수색대원으로서 맡은 임무를 끝까지 충실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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