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치러질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이 또다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몇 차례의 밤샘회의에도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는데다 획정안이 국회로 넘어오더라도 여야간 이견이 커 결국 내년 총선 직전에야 선거구가 확정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11일 선거구획정위는 10일에 이어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농어촌 지역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위원들 사이에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중립기구인 획정위조차 법정시한인 13일 제출을 하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설사 획정위에서 획정안을 만들더라도 선거구가 확정되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우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정개특위에선 획정안이 법을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하는 경우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한 차례만 획정위에 재획정 작업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정개특위에서 여야가 거의 1:1로 비등하게 분포하고 있는 이상 재획정 요구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새누리당은 농촌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 지역구 수를 현행 246석에서 260석까지 대폭 늘리고 대신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의견인 반면 야당은 비례대표 축소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획정위 안은 246석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새누리당은 반대 의견을 표명하겠지만 야당의 도움 없인 정족수를 확보할 수 없어 정개특위는 일단 통과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본회의다. 본회의에서는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획정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본회의에서 부결됐을 경우 정개특위에서 획정작업을 할지, 다시 획정위로 안을 돌려보낼지 규정이 없다.
정치권에선 여론이 두려워서라도 자신들이 직접 하기보단 획정위에 작업을 맡기겠지만 이 경우 획정위는 다시금 여야 사이에 끼어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러다 보면 시간이 흘러 역대 선거 때처럼 내년까지 획정 작업이 마무리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17대 총선 선거구획정안은 2004년 4월 15일 선거 약 한 달 전인 3월 12일에야 겨우 공포됐다. 18대 총선 때도 선거일(2008년 4월 9일)을 한 달 남짓 앞둔 그해 2월 29일에, 19대 총선도 선거일(2012년 4월 11일)을 한 달 열흘 남겨둔 그해 2월 29일에 획정안이 공포됐다.
이로 인해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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