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법정시한 하루 전인 12일 내년 20대 총선의 선거구획정 기준 마련을 위해 회동을 가졌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농어촌 국회의원들은 물론 청주, 창원 지역 의원들까지 지역구 사수를 외치고 나서는 등 정치권이 권역별로 밥그릇 싸움을 벌이면서 역대 국회처럼 선거구획정이 선거 일 1~2개월 전에야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정의화 국회의장은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여야에 선거구 획정기준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과 양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학재·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도 회동에 참석했다. 원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급적 오늘 안에 (획정위에 넘겨줄) 기준안을 마련하도록 양당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며 “늦어도 법정시한인 13일 오전까지는 기준안을 마련하라고 의장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정 의장이 양당 원내대표를 부른 것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 국회 제출 법정시한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도 지역구 의석수와 시·군·구 분할금지 원칙의 예외 등 획정 기준을 국회가 정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국회법이든 헌법이든 정해진 법은 꼭 지켜야 한다”며 “오늘 중으로 의석수와 지역구, 비례 의석수는 정해줘야 획정위가 소임대로 결정해서 보내줄 것”이라고 합의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 여야 원내대표는 여전히 선거구획정 문제를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원내대표는 농어촌 지역대표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역구 의원은 260명, 비례대표 의원은 40명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으나 이 원내대표는 “2000만 유권자 시대에 1000만의 사표가 발생하는 건 국민 주권주의의 파탄”이라며 “그나마 비례 대표가 사표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비례대표 축소에 반대했다.
의석수가 고정된 상황에서 지역구 감소를 막기 위한 권역별 갈등도 점차 심해지면서 선거구 획정 결론이 올해 안에 도출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회동에 앞서 농어촌 지역구 의원 10여명은 의장실을 방문해 “여야 지도부는 농어촌 지역구를 살려내라”라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절박한 심정 알아 달라. 우린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경남 창원과 충북 청주 지역 의원들은 브리핑을 통해 “의석수를 줄이는 것은 통합시 불이익 배제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각각 5석, 4석인 창원과 청주 의석수를 한 석씩 줄인다는 논의에 대해 정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선거구획정위에서도 막판까지 합의점 도출에 진통을 겪었다. 획정위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 2시경부터 또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경기도의 의석 증가분 7석 중 일부를 줄여 지방에다 이를 배분할지, 배분한다면 몇 석이나 어느 지역에 줘야 할 지 등을 두고 조율을 시도했다. 여당 성향 위원들은 2석 정도를 영남이나 강원 지역 등에 배분해야 한다는 방침인 반면 야당 성향 위원들은 경기도 의석 증가를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개리맨더링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거나 호남 지역을 배려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획정위도 여야의 대리전의 장이
획정위는 사상 처음으로 독립기구로 활동하며 인구산정 기준일을 8월 말로 설정하고 자체적으로 획정기준을 만드는 등 노력해왔지만 결국 정치권의 입김에 독립기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제윤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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