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끓는 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죽는 줄을 모르죠.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그런 상황이에요.”
새누리당 지도부 핵심 인사가 15일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경쟁력을 염려하며 던진 말이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여당은 180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수도권 후보 중 20~30% 정도는 물갈이해야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단언했다.
19대 국회에서 서울 지역 국회의원은 새누리당 17명, 새정치민주연합 31명이다. 경기도는 새누리당 22명, 새정치민주연합 27명으로 수도권 전체로 볼 때 여당이 압도적 열세다.
지난 13일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서초갑)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여당의 수도권 ‘물갈이론’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그간 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 채택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현역 의원 대다수가 재출마 의사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청와대와 친박계의 반대로 오픈프라이머리가 사실상 폐기된 뒤 ‘전략공천’을 어디까지 적용할지가 핵심 쟁점이 된 상태다.
이에 대해 여당 지도부 핵심 인사는 “야당이 현역인 지역구에서 여당 후보들이 여론조사를 통해 현저하게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판명되면 그 후보들을 모두 제외하고 전략적으로 새로운 후보를 내려보내야 할 것”이라며 “당헌·당규상 우선추천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여당 소속이 현역인 경우에도 야당 예비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크게 뒤질 경우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수도권에서 최소한 현재 의석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다.
현행 당내 규정상 우선추천 제도는 여성·장애인 등에 대한 배려 외에 공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지역에 대해 예외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우선추천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할 경우 수도권에서 상당폭 물갈이가 가능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청와대나 장관 출신들은 반드시 수도권 험지에서 출마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교과서 문제 등으로 수도권에서 여당은 더 불리한 상황이 됐다”며 “전략공천은 대구·경북(TK)이나 강남3구가 아니라 야당이 우세한 수도권 지역에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공천을 대구에서 하자는 현재의 공천 논의는 처음부터 헛발질”이라며 “(현 정부 출신들은)원외 당협위원장도 경선에서 못이기면 아예 출마를 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서울 송파을 현역인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서초갑에 물망이 오르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부산에 출마할 예정인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TK에 지역구를 둔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해당된다. 김 의원 주장대로 장관·청와대 수석들의 수도권 ‘적진(敵陣)’ 출마론에 불이 붙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자발적 물갈이
[신헌철 기자 / 이상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