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문제가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3년째 대출이자도 감당하지 못한 상장기업이 234개에 달하는 등 ‘좀비기업’ 구조조정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자 정치권도 큰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좀비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집중 질의했다.
김 의원은 “좀비기업 연명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고 있고, 자칫 우리 경제를 뒤흔들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그동안 구조조정 패러다임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대기업의 15%가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부실기업”이라며 “좀비기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가 성장동력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철강, 조선, 해운업 등에서 좀비기업이 멀쩡한 기업까지 어렵게 만들고 있어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신용보증기금 자료를 보면 20년간 신보의 지원을 받은 기업이 약 600개, 30년 이상 지원을 받은 기업이 6개에 달한다”며 “이번 기회에 정리해서 정상화해야 한다. 소위 ‘원샷법’으로 불리는 사업 재편지원 제도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한창 분석작업을 하고 있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겠다”며 “필요하면 의사결정기구를 격상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지금까지는 채권단에 구조조정을 맡겨왔는데, 그러다보니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관계기관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날 “(한계기업에 대한 분석작업은) 시작한지 꽤 됐으며 한창 분석작업 중”이라며 필요하다면 의사결정기구를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기업 구조조정을 둘러싼 외부 개입을 차단하는 한편 사실상 최 부총리가 그립을 쥐고 한계기업 정리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기업 구조조정 이슈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것이 최 부총리의 인식이다. 세계 각국이 금리를 낮춰 돈을 풀면서 기업 부채가 늘었고,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도 대출을 받아 연명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얘기다.
최 부총리는 특히 경기순환과 관계없이 공급과잉, 여건변화 등에 따라 구조적인 불황을 겪고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의 업종이 대표적으로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며 “산업개편이 자발적으로 신속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좀비기업’이 더 이상 양산되지 않도록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일본에서는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 제도적 절차를 간소화해 많은 기업들이 소생하고, 관련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좀비기업’ 문제가 정치권으로 옮겨붙고 있는 것은 이들 기업을 방치했다간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정책금융이나 정부기관의 보증으로 연명하고 있다. 한꺼번에 부실기업이 된다면 자칫 국가재정 악화로 번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매일경제 통화에서 한계기업 구조조정 타이밍이 이미 늦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이 정도 부실이면 대응이 쉽지 않은 문제다. 상시적으로 조금씩 진행했어야 했
그는 “자금지원을 할 수 있는 곳은 은행밖에 없는데 은행 또한 여력이 부족할 것”이라며 “금융이 아직 버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덕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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